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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사분오열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여야 일대일 구조로 맞서야 하지만 주류와 비주류가 대립하고 지도부는 중심을 못 잡으며 당이 흔들리는 것이다. 우선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야권 대통합도 가능한 만큼 내부 교통정리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재인 새정연 대표는 12일 박지원 의원과 전격 회동했으나 양측은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소득 없이 헤어졌다. 박 의원은 문 대표의 거취를 놓고 "결단을 내려달라"며 사실상 사퇴할 것을 요구했으나 문 대표는 "총선과 대선을 위해 통합하자"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약 1시간 동안 통합조기선거대책위원회 구성,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선거구 획정, 예산결산위원회 구성 등 당내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새정연은 이날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논의하는 의원총회도 열었다. 최규성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으나 공천혁신위원회의 활동이 무의미해진다며 상당수 의원들은 반발했다.
유성엽·황주홍·강동원 의원 등은 이날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농어촌 선거구, 단 1석도 줄일 수 없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걸고 항의농성을 벌였다.
새정연이 이렇게 뭉치지 못하는 것은 대선 승리 등 당 차원의 재집권 목표보다는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내 코가 석 자'인 소속 의원들이 각자 자기 승리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선거구 획정으로 자신의 지역구가 사라질 수도 있고 공천 룰에 따라 공천 유불리가 달라지는 만큼 사력을 다해 살길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지리멸렬하다 보니 역사 교과서 국정화 이슈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야당의 지지율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응답이 9월 첫째 주 38%에서 11월 첫째 주 49%까지 올라갔으나 새정연의 지지율은 같은 기간 20% 초반에서 맴돌다 지난주 20%까지 떨어졌다.
새정연 의총은 오후 본회의가 끝나고 재개됐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해 당내 갈등은 일촉즉발의 상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국정교과서 등 고공전에서는 야당이 승리하고 있지만 호남 민심 이반 등 야권의 무너진 조직력이 선거 승리로 갈 수 없는 원인"이라며 "결국 정권을 심판해달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문 대표가 어떻게 끌어안을지가 중요한 변수"라고 평가했다. 문 대표가 당의 중심을 잡아 강한 야당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광수·박형윤기자 br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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