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와는 달리 일본 기업들은 역대 최고의 이익 창출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 회계연도 상반기(2015년4~9월) 결산을 마친 1,530개 상장기업의 매출 대비 경상이익률이 7.1%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7%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기업들의 경상이익률이 12%를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 1980~1990년대에 3% 안팎을 기록하던 데서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올 회계연도의 연간 경상이익률은 6.6%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6년도의 기록(6.5%)을 9년 만에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경상이익 규모도 지난해의 사상 최고치에서 6.9% 늘어난 총 34조887억엔에 달해 2년 연속 최고 기록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경기둔화의 여파로 일본 경제가 올 상반기(4~9월) 내내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것과 달리 기업들은 최고의 실적잔치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 같은 실적 호조는 단순히 엔화 약세와 저유가 효과 때문만이 아니라 기술력 제고와 수익원 다변화 등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돼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에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니혼게이자이는 기업들의 수익력이 높아진 데는 독자적인 기술과 상품력 제고로 제품 단가를 높인 것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수익원을 넓힌 것이 주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가령 카시오계산기의 경우 주력 손목시계인 'G쇼크'의 고가 사양 제품을 출시해 2006년 대비 손목시계 평균 단가를 70%가량 높였으며 후지중공업은 기술력이 뒷받침된 자동 브레이크가 미국 시장에서 각광받으면서 경상이익률을 17%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산텐제약은 미국 머크에서 인수한 안과 질환 치료제에 자원을 집중시킨 결과 이익률이 42%까지 치솟았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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