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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이 청와대의 경제활성화법안 직권상정 요청에 대해 "과연 경제 상황을 (국가비상사태 수준이라고) 그렇게 볼 수 있나.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입법부 수장인 정 의장이 정면 충돌한 양상이다.
정 의장은 1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반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이 불가능한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정 의장은 헌법과 국회법 책자를 손에 들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심사기일 지정) 요건이 적시된 국회법 85조를 설명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직권상정 요건 중 '국가비상사태'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정 의장은 그렇게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 의장은 "제가 안 하는 것이 아니고 법적으로 못하는 것"이라며 "제 개인도 그렇지만 법률을 자문하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같은 생각"이라고 반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후 새누리당 명의의 '직권상정 요구서'를 전달하러 온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에게 "직권상정 요건이 안 되지 않느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 같은 상황을 전하면서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그냥 나가셨다"고 긴장된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정 의장이 친정에 너무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정 의장은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은 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의장실의 한 관계자는 "직권상정 요건이 안 되는 것을 마치 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여권을 비판했다.
한편 정 의장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거구 획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연말 또는 내년 초 직권상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병석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중재안으로 낸 '연동형 비례대표제(균형의석제)'는 사실상 반영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대신 야당이 주장하는 선거 연령 인하(만 19세→18세)와 여당의 쟁점 법안을 선거구 획정과 묶어 일괄 처리하는 방향으로 여야를 설득해보겠다고 했다. 정 의장은 여야 협상이 결렬될 경우 "현행 246석(지역구)-54석(비례대표)은 지난 13년간 이어져온 여야의 합의된 내용"이라며 "결국 그것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동영기자 j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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