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라는 거창한 이념을 따라 북한을 떠나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자유가 무엇인지 몰랐다. 들은 적도 배운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따뜻한 밥 한 그릇이 간절했을 뿐이었다.
배고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간 언니를 찾기 위해 저자는 13살 나이에 엄마와 함께 중국으로 향한다. 눈앞에서 엄마가 성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시장의 물건처럼 값이 매겨져 여기저기 팔려 다녔다. 그렇게 2년. 죽음보다 끔찍했던 중국에서의 시간을 견뎌내고 2009년 저자는 한국에 도착한다. 고통 끝 행복 시작이었을까. '새 터'엔 탈북자라는 꼬리표, 이방인에 대한 멸시와 무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탈북 과정에서 '죽는 것이 두렵지는 않지만 잊히는 것이 두려웠다'는 저자는 영하 32도의 날씨에 목숨 걸고 고비 사막을 건너던 때를 떠올리며 검정고시, 대입이란 또 다른 도전에 나섰고,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졸업 후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책은 저자가 직접 보고 경험한 북한의 참상부터 인권유린에 노출된 탈북자의 처참한 삶, 인권운동가가 되기까지 인간 박연미가 걸어온 고된 여정을 소개한다. 스물한 살 여성에겐 너무도 고됐던 길. 그 속엔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담겨 있다. 1만 6,000원.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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