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미박스는 미국 실리콘밸리, 홍콩, 싱가포르 등의 투자자들로부터 총 2,950만달러(약 3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발표를 했다. 투자유치 규모도 컸지만 투자자들의 면모 때문에 관심을 받았다. 야후의 창업자이면서 중국 알리바바의 2대 주주인 제리 양을 비롯해 '비트코인'계의 큰손인 윙클보스 형제, 디즈니와 갭(GAP)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폴 프레슬러, 드롭박스 1호 투자자인 페즈먼 노자드, 구글의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인 바비 야즈다니 등 쟁쟁한 투자자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제리 양이나 노자드 등과 난생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생각하는 스케일이 크고 집중력이 남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창업 초기였지만 실리콘밸리에 뛰어든 일이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주요 투자자 중에는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투자자들도 있다. 굿워터캐피털의 에릭 김과 포메이션8의 브라이언 구다. 에릭은 2012년 강연차 서울에 왔을 때 처음 알게 된 뒤 2014년 미국 진출을 계기로 다시 만나게 됐다. 첫 만남부터 투자 결정까지 2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브라이언은 2013년 말 미국에 진출한 미미박스가 그의 사무실을 종종 빌려 쓰면서 알게 됐다. 투자를 결정하는 데까지 약 1년 동안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셈이다.
큰 규모의 투자금은 창업자들이 꿈을 키워나가는 데 공급되는 연료와 같다. 투자 자금도 중요하지만 투자자들로 인해 형성되는 네트워크도 매우 큰 힘이 된다. 미국·중국·동남아시아 어느 시장이든 이들이 연결되지 못한 곳은 없기 때문이다. 미미박스는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투자자들의 네트워크를 통로로 활용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젊은 창업팀인 미미박스 구성원들을 지지해 주는 그들의 신뢰와 용기였다. 멘토로서 투자자들의 역할은 부모님의 그것을 능가한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큰 규모의 투자에 앞서 좋은 투자자를 만나야 하는 이유다.
투자금 자체가 사업을 발전시키는 모든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보다는 투자자도 팀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더 필요하다. 미미박스는 모든 투자자들을 회사 조직도에 포함시키고 있다. 우리 회사의 발전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투자를 유치할 때 경쟁사와의 차별점이나 기업 문화 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직 미미박스가 품은 큰 꿈과 비전에 대해 열정을 다해 이야기했다. 투자자는 시간 대신 돈을 투자하고 창업가와 창업팀은 열정과 그들의 시간을 투자하는 한 팀이다. 투자자와 창업가가 신뢰와 열정을 나누는 파트너가 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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