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간 역사는 법조계의 혁신 발자취와 궤를 같이한다. 사법시험이 지닌 병폐를 청산하고자 만든 것이 로스쿨이었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을 존치하느냐, 폐지하느냐'의 논란은 지난 1996년 합격 정원이 늘어난 부작용으로 너도나도 사법시험에 뛰어들면서 사시낭인·사시폐인 문제가 대두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사법연수원 ○○기냐'와 같은 순혈주의 등으로 새로운 귀족 계층을 만든다는 비판도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에 힘을 실어줬다.
결국 2007년 법조인 양성을 로스쿨에 맡기는 '법학전문대학 운영에 관한 법률(로스쿨법)'이 통과하면서 사법시험은 역사적 뒤안길로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사시 폐지를 의미하는 로스쿨의 출발은 좋았다. 일부 정치권과 법조계의 '사시 존치'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기는 했으나 사시 선발인원이 순차적으로 감소하는 등 로스쿨이 정상궤도에 오른 듯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태생적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우선 값비싼 등록금이 문제였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로스쿨 평균 등록금은 1,569만원에 이른다. 국립대의 경우 1,045만원이지만 사립대는 1,919만원으로 거의 2,000만원에 육박한다. 아울러 기타 학비 등을 더하면 로스쿨을 다니면서 쓰는 비용이 대략 2,000만~3,000만원에 달해 '신(新)귀족 양산'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각 대학이 장학금 지급률을 높이겠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고가의 등록금에 가려졌고 지난달에는 로스쿨 진학을 준비 중이던 20대 여성이 학비와 학원비 등을 벌기 위해 서울 강남권 일대에서 오피스텔 성매매를 하다 단속 중인 경찰에 적발되는 사건마저 일어나면서 결국 '기회균등'을 주장하는 사시 존치 쪽에 힘이 실렸다. 아울러 사시·로스쿨 출신 간 실력 양극화 현상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로펌 로스쿨 변호사는 간단한 사건조차 제대로 변론하지 못했다"는 식의 소문이 돌면서 사시를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비싼 로스쿨 등록금은 지난 5년 사이 연평균 100만원씩 올랐다"며 "최근에는 변호사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 로스쿨 재학생들이 방학 때 신림동 학원을 찾는 경우도 많아 빈부격차에 따라 성적이 갈리는 문제점마저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나마 로스쿨 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에게는 기회조차 박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스쿨 위상이 추락하는 데 결정타를 날린 것은 고위층 자제에게 기회가 세습된다는 이른바 '음서제' 논란이었다. 윤후덕·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각각 로스쿨 출신 자녀들의 취업 청탁과 졸업시험 낙제 관련 압력 등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 악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명 법조인이나 고위층 자제의 경우 변호사 자격증만 따면 부모가 쌓은 인맥과 명성을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비판이 현실화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교수 면접이 당락을 좌우하는 로스쿨의 불투명한 입학·졸업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지면서 한때 사시를 제치고 국내 유일의 법조인 양성 통로로 부상하던 로스쿨이 흔들리면서 결국 4년간 사시 존치라는 결과를 낳게 됐다.
한 원로 법조계 인사는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는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음서제 논란 등으로 본래 취지가 퇴색된 측면이 있다"며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좁은 한국 사회에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법조인 양성이 100%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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