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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트감 찾은 '침묵의 암살자', "역전 다관왕 기회 만들었다"

박인비, LPGA 로레나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제패


"퍼트가 최고였던 2013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로레나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2013년을 언급했다. 3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을 포함해 6승을 거둔 해다. 당시 '필살기'는 단연 퍼트. 홀당 1.727회라는 기록적인 퍼트 수는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안겨줬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박인비가 2013년을 말한 건 자신감의 완전 회복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골프여제' 박인비가 되살아난 컴퓨터 퍼트를 앞세워 '천재소녀' 리디아 고(18·뉴질랜드)와의 마지막 결투를 준비한다.

박인비는 이날 멕시코시티의 멕시코GC(파72·6,804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뽑아내 8언더파 64타(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쳤다.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15언더파)를 3타 차로 따돌린 박인비는 시즌 5승(통산 17승)째를 거뒀다. 메이저대회인 6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과 8월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연속으로 제패한 후 3개월 만에 맛본 우승.

8월 이후 주춤했던 퍼트의 위력이 되살아나면서 박인비는 리디아 고에게 내준 주요 부문 타이틀 랭킹 1위 탈환의 희망을 살려냈다. 박인비도 경기 후 "이번 대회를 우승하지 못했다면 기회 자체가 없었을 텐데 기회의 발판을 만들었다"며 '역전 다관왕'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2015시즌 남은 대회는 오는 19일부터 나흘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최종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하나뿐이다.



이번 우승으로 LPGA 투어 올해의 선수 포인트 30점을 보탠 박인비(273점)는 1위 리디아 고(276점)와의 간격을 3점으로 좁혔다. 시즌 상금에서도 20만달러를 받으며 257만96달러로 리디아 고(275만8,417달러)를 약 18만8,000달러 차까지 추격했다.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의 우승상금은 50만달러, 올해의 선수 포인트는 우승 60점(2위 24점) 등이다. 평균타수에서는 박인비가 69.433타로 69.449타의 리디아 고와 자리를 바꿔 1위에 나섰다. 다승왕이 공식 타이틀은 아니지만 둘은 나란히 시즌 5승을 수확했다. 박인비와 리디아 고는 모두 최종전에서 전관왕에 오를 기회와 무관에 머물 위기를 동시에 남겨둔 셈이다.

이날 경기는 각각 8언더파와 9언더파의 스코어가 보여주듯 박인비와 시간다의 매치플레이 양상으로 전개됐다. 단독 선두 박인비에 4타 뒤진 공동 3위로 출발한 시간다는 2번홀(파5) 이글을 곁들여 14번홀까지 9타를 줄이며 박인비에 1타 차로 따라붙었다. 승부처는 16번홀(파3). 시간다가 티샷을 왼쪽으로 보낸 끝에 이날 유일한 보기를 적어내 2타 차이로 벌어진 것. 시간다가 17번홀 버디로 만회했지만 박인비는 17, 18번홀을 연속 버디로 마무리해 3타 차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오는 27일 국내에서 열리는 이벤트 경기에 출전할 예정인 박인비는 "특히 퍼트가 잘돼 우승할 수 있었고 자신감을 얻은 만큼 최종전은 더 수월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히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들고 가고 싶다"며 타이틀 획득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박인비는 시즌 최종전에서 최대 목표 중 하나인 LPGA 명예의 전당 입회 요건 충족도 바라본다. 현재까지 박인비는 명예의 전당 포인트 26점을 획득했고 입회 요건은 투어 10년 이상 활동과 포인트 27점 이상이다. 포인트는 메이저 우승 2점, 일반 투어 대회 우승 1점, 올해의 선수 또는 평균타수 1위에 각 1점씩 부여된다. 지난 2007년 LPGA 투어에 데뷔한 박인비는 2016시즌을 마치면 10년간 투어 활동 요건까지 갖추게 된다.

올해 신인왕을 확정한 김세영(22·미래에셋)이 13언더파로 단독 3위,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은 11언더파로 단독 4위에 올랐다. /박민영기자 m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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