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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정치'로 상징되는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검소함이 정치권에 다시금 교훈을 주고 있다.
YS 측의 한 관계자는 24일 "YS가 대통령 재임시 청와대에서 늘 점심으로 칼국수를 냈을 만큼 검소했지 않았냐"면서 "그러한 정신을 살리기 위해 소박하게 장례를 마치고자 한다"고 말했다. YS 측이 고인의 마지막 길에서도 이처럼 검소함을 강조하자 정치권도 그 정신에 공감하는 것이다.
1992년 YS가 청와대에 들어간 뒤 첫 국무회의에서 점심 메뉴로 칼국수를 낸 것은 당시 장안의 최대 화제였다. 이후에도 청와대 점심은 거의 칼국수였다. 칼국수가 아닌 날에도 YS는 점심으로 화려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YS는 정치인들이 밤이면 요정에 드나드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때 정치를 한 사람이다. 그러던 그가 집권하자마자 "청와대부터 검소해야 한다"며 점심으로 칼국수를 내도록 지시했다.
당시 YS 곁을 지켰던 한 측근은 최근 한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점심시간이면 외부에서 사람들을 만나 맛있는 것을 먹는데 대통령은 매일같이 칼국수만 드시니 참 안됐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칼국수에 대한 일화는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 가장 유명한 일화는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에 관한 에피소드다. 미식가이자 대식가인 DJ는 청와대에서 YS를 만나 칼국수를 먹고 나온 뒤 금방 다시 출출해져 점심식사를 한 번 더 했다고 한다. YS는 그 소식을 듣고 "앞으로는 칼국수가 나오기 전후에 콩떡과 과일을 넉넉히 제공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YS 측이 장례에서도 생전의 소박함을 강조함에 따라 이번 국가장은 '검소함'이라는 선례를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맹준호기자 nex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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