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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에서 "저와 뜻을 함께했다는 이유로 대구·경북(TK) 지역 현역 의원들이 압력이나 처벌을 받는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자기 정치를 하는 배신의 정치인'으로 지목당해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후 조용한 모습을 보이다 강경 발언을 한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 의원은 7일 대구에서 열린 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유 의원과 친분이 있는 TK 의원들이 차기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이와 함께 유 의원은 "대구지역 초선 7명은 자질이나 의정활동 면에서 모두 훌륭하다"면서 "모두 재선되는 것이 대구의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TK 지역 현역 의원 상당수를 물갈이하고 싶어한다는 항간의 소문이 현실화할 경우 정면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이 '국회법 파동' 당시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한 후 TK 물갈이론은 기정사실처럼 정치권에 퍼진 상황이다.
유 의원은 최근 전략공천을 놓고 벌어진 당내 계파 싸움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당 대표와 청와대가 싸우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좀 한심하다"면서 "18대와 19대 때도 공천 학살이 있었는데 보복정치가 계속되는 것은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정치 전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 의원은 지난달 30일 이혜훈 전 의원을 만나 "도와달라"는 김무성 대표의 메시지를 전달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유 의원은 "생각해보겠다"고 한 뒤 아직까지 움직이지 않았고 그 사이 김 대표는 슬그머니 청와대와 일전을 벌이겠다는 뜻을 접었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유 의원이) 아직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유 의원이 언젠가 본격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뜻을 암시했다. 그간 김 대표와 뜻을 함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일반론임을 전제로 "김 대표가 어느 순간 후퇴하면 동참한 의원들이 사지로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비박계 의원들 사이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맹준호·진동영기자 nex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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