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인물은 작가 자신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권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난 윌리엄 켄트리지(60). 그는 인종차별과 폭력을 소재로 한 목탄 드로잉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거장이다. 그는 "목탄은 유연하기 때문에 머릿속 생각의 속도와 같은 리듬으로 움직일 수 있어 삶의 불확실성과 임시성을 제일 잘 표현해주는 재료"라고 말한다. 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막한 '윌리엄 켄트리지-주변적 고찰'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켄트리지 개인전이며 서울관에서 열린 단일작가 전시로 최대 규모다. 특히 "인간이 시간과 운명을 피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설치·음악·퍼포먼스·영상이 결합된 '시간의 거부'는 방 하나가 통째로 작품이 됐고 작가의 작업실 혹은 작가의 머릿속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라 떨치고 나오기가 쉽지 않다. 단언컨대 놓쳐서는 안 될 전시다. 내년 3월27일까지. (02)3701-9500 /조상인기자 ccsi@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