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비가 오락가락하던 지난 10일, 주한미군 평택 기지(캠프 험프리). 궂은 날씨에도 건설 중장비들이 요란하게 움직였다.
용산기지의 주한미군사령부와 미 8군사령부, 경기 북부에 주둔한 미 2사단이 이전해 사용하게 될 건물 신축과 도로·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공사 현장의 공정률은 약 86% 수준이다.
2016년 말까지 513동(미측 287동, 한측 226동)의 건물이 들어설 평택기지의 총면적은 1,467만7천㎡(444만여평). 여의도 크기에 5배에 이르는 평택기지는 외국에 있는 미군기지를 포함해 단일기지로는 세계최대 수준이라고 한다. 12층 건물의 장병 숙소에서 내려다 본 기지 끝 펜스가 가물가물할 정도로 넓었다.
미측 고위 관계자도 각종 수치를 섞어가며 평택기지가 엄청나게 규모가 크다는 점을 설명하느라 애를 썼다. 그는 “기지는 잠실운동장의 10배 규모로 도로 길이는 40마일(64㎞), 지휘통신시설 케이블 42마일(67㎞), 하수관 길이 16마일(25㎞), 전선 길이 968마일(1,548㎞), 각종 회로 시설 504마일(806㎞)” 등이라고 말하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캠프 험프리에 들어설 건물 중 미군의 지휘시설인 주한미군사령부와 8군사령부청사는 내년 1월 말 완공될 예정이다. 수원 화성 성곽 이미지를 형상화했다는 두 청사는 외관상 군 지휘시설이란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호화롭게’ 신축되고 있었다.
평택항과 평택역을 잇는 철도차량기지 건설 공사는 애초 계획보다 5개월 앞당겨 지난 7월 완공됐다. 전쟁 발발시 병력과 장비를 철도를 이용해 전방지역으로 신속하게 수송하기 위한 기반 시설이다.
정보부대가 운영하는 RC-12(가드레일) 정보수집 항공기를 비롯한 항공전투여단 소속 AH-64D 아파치 헬기, 시누크 헬기 등이 이·착륙하는 5.5㎞의 활주로도 기지 외곽에 갖추고 있다. 1919년 일본군이 건설한 기지 활주로는 6·25전쟁 때도 사용했으며 미 공군이 미 해병비행단 주둔을 위해 사용하려고 확장 보수해 K-6로 불리고 있다.
6개월 전 부임했다는 조셉 홀란드(육군 대령) 기지사령관은 “장병 숙소 내부와 미 8군사령부 건물 내부를 민간인에게는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기지 공사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미국 국방부 시설기준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기지 이전에 소요되는 재원은 용산기지 등 서울지역 10개 기지, 경기지역 22개 기지 등 총 47개 기지를 매각해 조달한다. 현재까지 7개 기지가 매각되어 지난 5월 기준으로 1조1,698억원의 재원을 확보했다. 사업단의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국방연구원에 의뢰해 기지이전 사업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 사업비로 말미암은 경제유발 효과는 18조원, 고용유발 효과 11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며 “평택기지 운영에 따른 평택지역 소비도 2020년 기준 연간 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평택=국방부공동취재단·권홍우기자 hongw@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