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오지현(19·KB금융그룹·사진)의 11월은 아찔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해 희망을 안고 루키 시즌을 보냈지만 상금랭킹 64위에 그쳐 시드전을 치러야 했다. '지옥의 레이스'라 불리는 나흘짜리 시드전을 통과해 이번 시즌 투어 잔류에 성공한 그는 "아버지가 시드전에 한 번만 더 가면 골프 그만하자고까지 하셨다"고 회상했다. 이 악물고 두 번째 시즌에 임한 오지현이 최소 2년간은 시드 걱정을 덜며 아름다운 11월을 만들었다.
8일 부산 기장군 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파72·6,591야드)에서 비가 내린 가운데 열린 ADT캡스 챔피언십 마지막 3라운드. 오지현은 보기 없이 7개의 버디를 쓸어담아 7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를 기록한 그는 공동 2위 하민송(19·롯데)과 김보경(29·요진건설·이상 8언더파)를 6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선두 고진영(20·넵스)에 1타 뒤진 2위로 출발한 오지현은 생애 첫 승을 역전 우승으로 장식하며 1억원의 상금(시즌상금 2억6,807만원)과 향후 2년간의 투어 출전권 보장이라는 값진 수확을 올렸다.
2년차 데뷔 동기 고진영과의 맞대결 승리로 의미가 더 컸다. 지난해 오지현이 지옥을 경험해야 했던 반면 고진영은 1승을 거두며 투어에 안착했고 이번 시즌에도 3승을 쓸어담으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오지현은 올 들어 이번 대회 전까지 컷오프는 단 1차례로 막고 톱10에 7차례 입상하는 등 부쩍 향상된 기량을 선보이다 마침내 시즌 막판 '위너스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감격을 누렸다.
이날 오지현은 고진영이 전반 9홀 동안 파 행진에 그치는 사이 버디만 4개를 골라내 3타 차 선두를 달렸다. 승부는 사실상 10번홀(파4)에서 갈렸다. 고진영이 티샷 OB(아웃오브바운즈)를 내며 보기를 범한 이 홀에서 오지현은 두 번째 샷을 홀 70㎝에 붙여 버디를 낚았다. 고진영은 11번홀(파3)에서 다시 1타를 잃어 7월 이후 시즌 4번째 우승 도전이 물 건너가고 말았다. 15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은 오지현은 17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보태 쐐기를 박았다. 하민송이 이날만 8타, 김보경이 6타를 줄이며 기세를 올렸지만 오지현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타를 잃은 고진영은 공동 4위(6언더파)로 밀렸다.
상금왕을 확정한 전인지(21·하이트진로)가 불참한 가운데 상금 2위 박성현(22·넵스)은 공동 12위(3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대상(시즌 MVP) 포인트 2위 이정민(23·비씨카드)은 공동 53위(5오버파)에 그쳐 현재 1위 전인지 추격이 힘겨워졌다.
/부산=박민영기자 m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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