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권홍우의 오늘의 경제소사]13억 중국인이 흠모하는 벽안의 의사…노먼 베순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9년 11월 13일 중국 허베이성 오지 마을. 중년(49세)의 백인 한 사람이 숨졌다. 캐나다인 의사 노먼 베순(Norman Bethune, 중국 이름 白求恩). 중국에서는 슈바이처보다 더 존경받는 인물이다.

온타리오주에서 1890년에 태어난 그는 순탄하게 자라났다. 토론토에 첫 번째 의과대학을 세운 할아버지의 직업을 따라 의대를 졸업했을 때까지는. 명문가의 자제이자 촉망받는 의학도인 그의 인생을 바꾼 계기는 전쟁. 캐나다 육군 위생병으로 참전한 1차 대전의 참혹한 현실을 눈으로 지켜본 그는 남을 위해 살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부상으로 조기 제대해 학업을 마치고 1916년 의학박사 학위를 받는 그는 영국 해군 군의관으로 다시금 전쟁터로 나갔다. 전쟁 말기에는 캐나다 육군 비행단의 의무장교도 지냈다. 종전 이후에는 미국 디트로이트시에서 개업해 명의로 이름을 날리고 큰 돈도 벌었다. 베순은 애써 번 돈을 가난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썼다. 사회 공헌과 봉사는 ‘북미 최고의 흉부외과 의사’이며 몬트리올 맥길대학 부속병원의 교수라는 명성에 빛을 더했다.

잘 나가던 그는 1935년 다시 전쟁터로 떠났다. 민주선거로 선출된 좌파 정권을 무력으로 뒤엎으려는 파시스트 쿠데타로 야기된 스페인내란에 뛰어든 것. 어네스트 헤밍웨이와 조지 오웰, 앙드레 말로 등 지성인들도 참전한 스페인 내란에서 그가 운영한 응급의료팀은 현대 야전병원의 시초로 꼽힌다. 응급채혈과 이동수혈을 처음 선보였기 때문이다.

히틀러의 지원을 받은 쿠데타군의 승리로 내란이 끝난 뒤 행선지는 일본과 싸우던 중국. 홍군(공산군)에 뛰어든 그는 전력을 다해 부상자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69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본군 포로를 포함해 100여명을 수술한 적도 있다.



수술 도중 다친 손가락의 상처가 도졌지만 간단한 약품이 없어 패혈증으로 번져 죽음을 앞두고도 그는 포탄이 터지는 전선을 찾아 다녔다. 베순의 죽음이 알려지자 마오쩌둥(毛澤東)은 바로 ‘베순을 기념하며’라는 에세이를 발표해 망자의 넋을 달랬다.

오늘날까지 베순은 13억 중국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베순은 대장정을 이끈 마오저둥을 소개(중국의 붉은 별·1937)한 미국인 신문기자 겸 소설가인 에드가 스노(한국인 독립운동가 김산을 그려낸 소설 ‘아리랑’을 지은 님 웨일즈의 남편), 서구가 자랑하는 현대 과학기술의 대부분이 고대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1954)’를 지은 조셉 니덤과 함께 중국인이 존경하는 3명의 서구인으로 기억된다.

모국인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캐나다와 중국은 1990년 양국 공동으로 베순 탄생 100주년 우표를 찍었다. 두 나라에는 ‘베순의과대학’이라는 똑같은 이름을 지난 대학도 있다. 한 없는 인간애와 봉사정신의 정수인 노먼은 한국 땅에서는 생소하다. 1991년에야 전기 출판이 허용된 탓이다.

베순을 기리며 우리를 본다. 의대를 정점으로 하는 입시구조에 짓눌려 학생들은 고생하고 부모들은 막대한 돈을 학비로 지출하지만 베순 같은 의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요즘에는 낮은 곳을 향해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돌보려는 젊은 의사들이 늘고 있다니 위안이 될 따름이다. 약자를 껴안으려는 몇 안 되는 이 땅의 의사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권홍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