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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은 화산 분출물로 만들어진 야트막한 기생화산이다. 제주도민들의 삶은 도 전체에 분포된 360여개의 오름과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각 오름은 한 마을의 역사를 담고 있기도 하고 신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 제주민들 생계의 원천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제주 영평동 첨단과학기술단지 안에는 또 하나의 오름이 생겼다. 평평한 대지를 걷다 보면 길이 어느덧 건축물의 지붕으로 이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다음카카오의 직장 어린이집인 '스페이스닷키즈'다.
스페이스닷키즈는 일반 건축물과 달리 가장 제주스럽게 주변 환경에 녹아 들어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대지 표면이 서서히 올라가 지붕을 구성하고 그 아래 각 실을 배치했다. 마치 대지가 어린이집을 감싸 안고 있어 대지의 품으로 아이들을 길러내는 듯한 인상이다.
기능적으로도 이 같은 형태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내 기온 수준에서 땅속 90cm 아래부터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건물을 지을 때 기초를 1m 밑으로 내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스페이스닷키즈를 설계한 오서원 아이아크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는 "대지가 건물 위까지 이어지면서 친환경적으로 단열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조선 시대엔 볏짚으로 지붕을 만들고 벽은 흙을 두껍게 사용했으며 현재 독일에서도 개인 주택 중 흙으로 덮인 집들이 많은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지로 뒤덮인 지붕엔 야생식물이 심어져 있어 표면 온도가 너무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지지 않도록 유지해 준다. 정면에서 보이는 입면 부분은 유리 커튼월을 사용해 빛과 환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스페이스닷키즈는 업무공간인 '스페이스닷투'와 함께 하나의 건축물로 계획됐다. 오피스와 게스트하우스, 어린이집을 한 건물 안에 넣는다는 발상이다. 오 대표는 "아이들이라고 무조건 따로 떼어내서 보호해야 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업무공간과 분리해야 하는 것보다는 일도 하고 필요할 때 쉬기도 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까지 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건축 의도를 설명했다. 비록 논의 과정에서 어린이집을 다른 건물로 분리하기로 결정했지만 닷투와 닷키즈는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닷투의 경우 '내가 있는 곳이 나의 오피스다(My office is where I am)'라는 기본 개념 아래 실내와 외부공간이 분리됐다가 섞였다가 뒤집어지는 등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닷키즈 역시 아이들이 활동하는 공간, 공용공간은 어디서든 관찰할 수 있도록 열려 있으며 모든 실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 오 대표는 "가능한 한 아이들을 막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용공간 위주로 계획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적절한 수준의 보호 장치도 마련했다. 아이들은 걸어서 지붕으로 연결되는 동산을 오를 수 있지만 일부 구간은 안전을 위해 막아 놓은 울타리로 인해 더 이상 진입할 수 없다. 어린이 놀이터는 주변 대지보다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외부영역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형태를 취한다.
"아이들 정서적 교감·창의성 형성 위한 공간 고민" 설계자 오서원 아이아크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