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금전적 이득을 좇는 사업가들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제조하는 메이커들이 변화의 주역들이다. 메이커는 DIT(Do It Together) 또는 DIO(Do It with Others)라고도 불릴 만큼 '공유'라는 순환구조를 핵심으로 한다. 메이커는 커뮤니티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고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소셜 펀딩을 받아 판매를 하는 절차를 거친다. 다소 낯선 개념인 메이커 운동은 메이커들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사업화되는지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인스트럭터블스(Instructables.com)와 같은 DIY 커뮤니티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커뮤니티는 정보 제공뿐 아니라 메이커들이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고 자신을 알리며 교류가 이뤄지는 중요한 곳이다. 두 번째 단계는 만들고 싶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디지털 파일로 제작하는 단계다. 인터넷에 공개된 무수히 많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디지털 파일뿐 아니라 재료 구입처, 만드는 방법, 개발 프로그래밍 코드 등을 공유한다. 보통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 CAD 파일을 공유하는 싱기버스(thingiverse.com)나 국내의 메이커N(makersn.com) 등에서 관련 자료를 다운로드한다.
세 번째 단계는 아이디어를 실제로 만들어보고 테스트해보는 단계다. 팹랩(Fab Lab)이나 메이커스페이스(Maker Space)에서 3D 프린터, 레이저 커팅기, CNC 밀 등의 기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전국에 '무한상상실'이라는 정부 기관이 있어 다양한 메이커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장비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네 번째 단계는 온라인 소액투자 시스템인 소셜 펀딩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킥스타터(KickStarter.com)와 같은 사이트에서는 아이디어와 프로토타입을 공개하고 선주문을 받아 거의 공짜로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비즈니스 평가를 통해 펀딩에 성공하면 더 큰 후속 투자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마지막 단계는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 중국 알리바바 등에서 적당한 업체를 검색하는 단계다. 필자도 다양한 주문을 하는데 편리한 주문 과정과 저렴한 가격, 빠른 배송이 매력적이다. 이렇듯 '디지털 시대의 가내공업 행위'는 창조경제를 이끌 소규모 기업들의 육성으로 이어진다. 제조업은 대규모 투자를 필연적으로 수반해야 한다는 통념이 허물어지면서 누구나 제조업으로 성공할 수 있는 진정한 기회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메이커 운동의 의미를 알리고 참여를 가속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필자는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5 창조경제박람회에 전기전자회로를 웨어러블에 접목할 수 있는 바느질회로 '테크 디아이와이(Tech D.I.Y.)' 프로젝트로 참여할 예정이다. 작은 움직임이 모여 큰 변화를 이뤄내듯 메이커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노력이 마이크로 제조경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이뤄내고 동시에 진정한 의미의 창조경제를 열 것으로 기대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