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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 나만의 저택, 펜트하우스에 살어리랏다

최고층 전망·차별화된 공간… 희소성 매력에 청약경쟁 후끈



# 지난 1980년대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들어선 'LG한강자이(현 GS한강자이)' 아파트. 이 단지의 304·307㎡(옛 90평형 이상) 4가구는 국내 아파트 펜트하우스의 효시로 꼽힌다. 단 4가구만 분양됐고 당시 상위 0.1%를 위한 최고급 주택이었다.

# 2002년 입주한 서울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 1999년 분양 당시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한 '1대1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은 이 단지는 본격적인 펜트하우스 시대를 연 주인공으로 꼽힌다. 전용 301㎡(124평형)는 주상복합 펜트하우스로는 최대 규모였다.

'상위 1% 슈퍼리치를 위한 주택'으로 불리는 펜트하우스가 국내 주거시장에서 소리소문없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분양시장 열기를 타고 펜트하우스가 인기를 끌면서 건설사들이 초대형 주택은 물론 이른바 보급형 펜트하우스도 잇따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에도 외국에서 보편화된 '상위 1%의 그들만의 주택문화'가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희소 가치'로 승부, 다양한 펜트하우스도 속속 등장=최근 이슈가 된 부산 해운대 엘시티 더샵은 펜트하우스의 희소가치를 보여주는 사례다. 14일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전용 244.6㎡형(E타입) 펜트하우스 2가구 모집에 146명이 몰리며 73대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전용 244.2㎡형(D타입) 펜트하우스도 4가구 모집에 99명이 접수하며 24.8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일반주택형을 포함한 전체 평균 청약이 17.8대1이었음을 감안하면 펜트하우스에 몰린 관심이 얼마나 높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같은 청약경쟁률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적지 않다. 67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투기세력이 가세하면서 청약경쟁률이 과대 포장됐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하지만 높은 청약경쟁률의 이면에 존재하는 '희소성'이라는 가치가 수요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분양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펜트하우스는 수요층이 넓지 않아 홍보관에도 따로 평면을 만들어두지 않았다"며 "해운대의 전망을 최고층에서 누릴 수 있는 등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공간에 거주할 수 있다는 희소가치가 수요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이른바 실속형 등 다양한 펜트하우스가 등장하는 추세다.

전용면적 100~150㎡ 규모로 가격대도 10억~20억원대인 것들이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위례신도시 '위례자이'의 전용면적 134㎡형 펜트하우스는 11억원대, 11월에 분양한 미사강변도시 미사강변센트럴자이 펜트하우스는 전용 132㎡에 9억원대였다. 지역 입지에 비해 비쌀 수도 있지만 강남의 일반 아파트 가격으로 나만의 특별한 공간을 소유하려는 심리를 자극할 만하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예전 펜트하우스는 부유층이 사는 주택으로 가격이 비싸 투자 목적으로 청약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건설사들이 아예 실수요자를 타깃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물량도 없고…거래시장도 그들만의 리그=펜트하우스는 일반 아파트와 비교해 가격대가 훨씬 높게 형성돼 있지만 흔히 슈퍼리치로 불리는 자산가들에게는 재력을 과시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거래량은 많지 않다. 물량 자체가 적기도 하지만 소유자들이 팔려고 나서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이 대표적이다. 한남더힐 펜트하우스 전용 244㎡형은 7월 77억원에 실거래 신고가 됐다. 3.3㎡당 거래가격은 7,700만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 한남더힐 펜트하우스는 총 3층짜리 건물이다. 다른 초고층 아파트 꼭대기에 있는 펜트하우스에 비해 현저히 층수가 낮지만 한남더힐 내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있기 때문에 1층 펜트하우스에서도 한강을 조망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역대 최고 수준의 가격임에도 인기가 높아 사려는 사람이 대기하고 있을 정도지만 올해 들어 현재까지 한남더힐 244㎡형 펜트하우스의 거래는 세 번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단지 인근 M공인 관계자는 "한남더힐 펜트하우스 거래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이기는 하지만 사려는 사람들의 문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높은 인기에 비해 팔려는 사람들이 없어 거래량이 많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펜트하우스에는 일반적인 부동산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수요공급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마크힐스이스트윙'의 전용 192㎡ 최고층 펜트하우스는 지난해 1월 65억원에 실거래 신고가 됐다. 3.3㎡당 가격은 9,000만원에 달한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퍼스티지'의 전용 222㎡ 펜트하우스는 4월 30억6,000만원에 실거래 됐다. 2008년 분양 당시 분양가(26억5,900만원)보다 4억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의 전용 271㎡ 펜트하우스 또한 분양가보다 가격이 뛰었다. 2008년 분양 당시 분양가는 51억6,000만원이었지만 2012년 54억9,913만원에 실거래되며 가격이 올랐고 이후로는 팔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정순구기자 soon9@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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