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 테러방지법 처리를 위해 헌법상 권한인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과연 발동할까.
청와대는 현시점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며 공식적으로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국민과 약속한 이들 법안을 연내에 통과시키지 않거나 19대 국회에서 폐기할 움직임을 보일 경우 박 대통령이 '최후 수단'으로 명령권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12월 임시국회 본회의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해 상황이 유동적임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청와대는 12월 임시국회 본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 명령권 행사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며 "명령권 행사 요건 등 법률규정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명령권 발동 불씨 지펴=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날 오전 직권상정을 거부하자 새누리당은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 건의를 검토하기로 했다. 총대는 김무성 대표가 멨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쟁점 법안 처리를 못하면 그다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대통령의 긴급권밖에 없다"며 "우리가 어떤 비상한 결단이라도 해야 된다"면서 명령권 발동에 힘을 실었다.
새누리당에서는 박 대통령의 명령권 이외에는 장기 교착상태에 빠진 쟁점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중도 성향의 안철수 의원이 탈당한 후 강경파가 새정치민주연합을 장악했고 이에 따라 법안 처리는 더욱 꼬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상황인식도 크게 작용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명령권을 행사하면 반발 여론에 직면할 것"이라며 "당이 나서 국민을 설득하면서 여론의 향배를 살피는 것이 여당의 전형적인 역할"이라고 말했다.
◇청(靑), "12월 임시국회 결과 지켜보겠다"=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아침 브리핑에서 명령권 발동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명령권은 당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청와대에서 입장을 내놓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12월 임시국회 본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임시국회 결과에 따라 박 대통령이 중대 결정이나 중대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관건은 현재의 '입법 불능' 상황이 과연 명령권 행사의 요건이 되느냐 여부다. 헌법 76조는 명령권 행사 요건으로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정명·전경석기자 kadak@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