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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2일 정상회담으로 한일 양국은 관계개선의 모멘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3년 반 동안 열리지 못했던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된 것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동안 한국이 역사 문제에 집착해 일본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외교 동력을 확보했으며 아베 총리 역시 3년 반 이상 한국 대통령과 만나지 못했다는 외교적 부담을 던 실익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양국 간 가장 큰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전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양국 정상들은 "가능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한다"는 데 합의함으로써 이번 정상회담이 결렬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모면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해결책이나 언제까지 이 문제를 해결할지 시한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이원덕 국민대 교수(일본학연구소장)는 "타결 시한을 못 박지 않은 것이 걸린다"며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 올해 안에 위안부 문제가 타결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군위안부 문제를 실무선인 국장급에서 차관 등 고위급으로 올리는 것이 좋겠지만 결국은 최고 지도자가 결단할 문제"라면서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특사 등을 통해 '통 큰 합의'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 선임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나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과 대화를 지속하고 사회 지식인 등 관계자들과 내부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일 양국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큰데다 앞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며 "박 대통령 임기 동안 양국은 평행선을 달릴 것"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위안부 문제 외에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나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시 협력, 대북공조 등 양국이 협력할 분야가 많은 만큼 앞으로 두 정상이 만남을 지속하며 현안들을 다뤄나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은 "한일 양자 방문 형식의 정상회담으로 이어가야 한다"면서 "내년 2월까지 정상회담을 개최하는데 한국의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2월 말부터는 다케시마의 날(2월22일), 일본 교과서 검정(3월), 춘계대제(4월), 참의원 선거(7월) 등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만한 이벤트들이 줄줄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들은 11월에 몰려 있는 다자정상회의에서 후속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크다.
전날 제6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을 통해 내년에 일본에서 제7차 3국 정상회의를 갖기로 합의한 만큼 이를 계기로 박 대통령이 일본을 국빈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간 이웃 나라인 한일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던 '셔틀 외교'가 재개돼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노희영기자·박경훈기자 nevermin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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