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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위해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30일 열기로 합의한 가운데 야당이 정책 예산을 연계시키겠다고 선언해 난항이 예상된다.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27일 조찬회동을 벌여 30일 외통위와 본회의, 다음달 1일과 2일에는 각각 본회의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30일 한중 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중 FTA 농어민피해대책인 피해보전직불제와 농수산정책자금 인하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상당 수준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가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하면서 돌발변수가 생겼다. 새정연이 추진 중인 예산 증액 사업과 중점 법안에 대해 새누리당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30일 본회의를 취소할 수 있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새정연 측은 기자간담회에서 "30일 외통위와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것은 한중 FTA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뿐 30일 날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중 FTA 국회 비준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정부·여당이 '선물'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본회의 개최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것이다.
이춘석 새정연 원내수석부대표는 "한중 FTA 대책과 박근혜 정부가 공약한 누리과정 예산 등 증액사업, 전월세 상한제 등 중점 법안 3가지에 대해 새누리당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합의한 의사일정을 보이콧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산안 처리 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 한중 FTA 국회비준을 미뤄두고 예산과 법안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조건을 점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야당의 주장에 대해 '지나친 연계전략'이라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야당은 다음달 2일 한중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해도 연내 발효에 지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협정 상대국인 중국의 내부 일정 등을 고려하면 장담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특히 야당이 한중 FTA 비준 조건으로 제시한 농어민 피해대책에 대해 여야가 상당한 합의를 이룬 만큼 야당이 비준을 미룰만한 명분이 적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농어민피해대책 중 농수산 정책자금금리 인하와 피해보전직불제, 농사용 전기 적용 확대 등은 '미세조정'만이 남은 상태다. 농수산 정책자금 금리 인하의 경우 정부는 평균 2.5%인 금리를 0.5% 인하하겠다고 밝혔고 농사용 전기 적용 확대의 경우도 미곡종합처리장과 사료가공업체 등에 대해 사업용 전기요금 대신 농업용 전기요금을 적용하겠다고 제안했다. 피해보전직불제의 보전비율 역시 현행 90%에서 5% 인상한 95%로 올리겠다고 제시한 상태다.
이는 야당의 요구와 비교해 부족한 수치지만 한정된 정부의 예산을 고려했을 때 최대한 야당의 입장을 반영한 제안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그동안 '수용불가'의 입장을 밝혀왔던 어업소득 비과세 확대에도 야당의 주장을 수용해 10억원 이하의 어업소득에 대해서는 비과세를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쟁점인 무역이득공유제 보완대책과 밭직불금 인상에 대해서도 합의가 진전된 상태다. 야당이 무역이득공유제 대신 FTA로 혜택을 입은 기업에 농어촌 특별세를 부과하자고 주장한 데 대해 정부는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을 통해 기업의 자율 기부금을 받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새로운 재단을 만들어 농어민 지원에 방점을 두자고 한발 물러난 상태다.
밭직불금은 야당이 헥타르당 100만원으로 인상하자고 했고 정부는 40만원으로 제시했다. 인상폭을 두고 막판 협상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박형윤기자 man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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