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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신화 박종환 록앤올 공동대표 숙명여대서 토크콘서트

'김기사' 대박 비결은 스펙 아닌 끈기와 자신감






박종환 록앤올 대표



연이은 취업 실패에 오기로 상경… 막노동때 '성실하다' 유일한 칭찬

투자사 수백 번 문전박대에도
끝까지 파고드는 힘·희망이 626억 매각 신화 만든 원동력
경쟁력 없단 편견 스스로 깨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국내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에 취업하려 했지만 면접 기회도 얻지 못했다. 대기업은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는 오기로 28세에 부산에서 상경해 벤처업계에 입문했다. 모바일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을 내놓기 위해 투자사 문을 수백 번 두드렸건만 돌아온 것은 문전박대.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지난 2011년 내놓은 국민내비 '김기사'는 결국 대박을 쳤다. 5월 카카오에 김기사를 626억원에 매각하면서 벤처신화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박종환(43·사진) 록앤올 공동대표는 끈기와 자신감이 성공 열쇠라고 단언한다.

박 대표는 최근 숙명여대가 내년 공대 설립 기념으로 마련한 토크콘서트에서 "진정한 실력은 스펙이 아니라 끝까지 파고드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학벌·어학실력이 아닌 가능성과 개성"이라며 "자신이 경쟁력 없다는 편견은 스스로 깨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원래 가진 자'가 아니었다. 부산 동아대 재학 시절 꿈은 당시 유력 지역은행의 은행원. 아르바이트로 그 은행의 중앙전산 백업 업무도 했지만 외환위기로 은행이 무너지면서 꿈도 산산조각 났다. 취업전쟁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신 후 상경해 정착한 곳은 종로구 창신동의 어느 쪽방. 햇빛 구경은 고사하고 공용 화장실의 불편도 감수해야 했다.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 따뜻한 물이 나오고 화장실이 딸린 셋방이 꿈이었다. 자신의 유일한 장점을 끈기라고 소개한 그는 "그래도 좋은 일이 올 것이라는 희망과 성실함이 당시 어려움을 이겨내게 했다"며 대학 시절 부산지하철 2호선 공사장에서 2년간 막노동하면서 관리소장이 '젊은 친구가 정말 성실하다'며 건넨 말이 인생의 유일한 칭찬이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2010년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할 무렵 박 대표는 38세에 현 김원태 공동대표 등과 함께 두 번째 벤처인 록앤올을 세웠다. 이미 대형 통신사들이 모두 내비게이션 앱을 출시한 상황에서도 내비 원천기술을 버리기 아까워 스마트폰 앱 서비스 출시를 결심했다. 자금이 문제였다. 그는 "아내가 거세게 말렸지만 당시 걸어놓은 담보·연대보증액이 20억원이 넘었다"며 "20여명의 직원과 그 가족들의 운명을 짊어졌다는 생각에 솔직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자신이 잘하는 일을 즐기면서 한다는 최선의 전략을 선택했다. 김기사는 출시 5년 만에 다운로드 1,000만건을 돌파했다. 그는 "회사명도 '로큰롤처럼 즐기면서 하자는 뜻'에서 록앤올로 지었다"며 "경쟁사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보다 직원들이 좋아하는 것처럼 사용자인 고객들도 즐기게 만들자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문화와 관련해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만 바라보고 고객을 보지 않는 조직문화를 가진 대기업이라면 창의성을 발현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하며 "IT 패러다임이 순식간에 바뀌는 경영 환경에 대기업보다 벤처가 유리한 만큼 젊은이들도 스타트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 함께 협력하며 일할 수 있는 인성과 성공·실패에 연연하지 않는 자기 정체성을 가진 청년이 곧 벤처 인재상"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co.kr 사진제공=벤처기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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