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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다른 코끼리"… 인도 국채에 외국인 투자자 몰린다


통화 가치하락 우려 적고
올 7.3% 성장전망 힘입어 외국인 투자한도 조기 소진

10년물 금리 7.58% 높지만 '고수익·저위험' 자산 부각
브라질·러 국채보다 인기

루피화 금리 잇단 인하도투자매력 높이는 요인으로


지난 16일(현지시간) 인도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25억달러(약 2조8,500억원)규모의 국채 투자를 허용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고양이가 먹이를 덥석 물듯 단 이틀만에 이 투자 한도를 꽉 채워 인도 국채를 사들였다.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는데다 중국 등 신흥국 경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묻지마 투자'를 연상케 하는 투자자들의 인도 국채 매입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 경제는 중국과 다르다"며 인도 채권 투자 열풍을 소개했다. 경기둔화로 몸살을 앓는 다른 신흥국과 달리 인도만 '나홀로' 성장세를 구가할 뿐 아니라 다른 신흥국 국채보다 금리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어서 '저금리'에 길을 잃은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21일(현지시간) 인도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7.58%에 달했다. 4% 이하인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국채 금리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인도 중앙은행(RBI)이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4번이나 인하했는데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 채권투자 펀드 애시버튼의 매니저인 수하스 케타르는 "인도는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향상되고 있는데다 수익률도 매우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세계 국채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고수익-저위험' 자산이 바로 인도 국채라는 얘기다.

브라질·러시아 국채는 인도 국채보다 금리가 50% 가까이 높지만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이유는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통화가치 하락 우려다. 브라질은 경기침체와 막대한 재정적자로 인해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졌으며 원유의존도가 높은 러시아는 최근 원유 가격 하락으로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고수익을 노리고 두 나라 국채를 사들이더라도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물거품이 돼 버리기 때문에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반면 인도는 국채 금리가 높음에도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해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적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경제가 7.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런 낙관론 덕분에 올해 들어 인도 루피화는 다른 신흥국에 비해 평가절하폭이 적은 편이다. WSJ는 "브라질·러시아 등 국채금리가 10%를 웃도는 신흥국도 있지만, 투자자들은 인도에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낙관론은 일반적인 신흥국과는 다른 인도 경제의 구조에서 비롯됐다. 브라질이나 러시아 등 신흥국들은 원유 등 지하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인도는 원유의 75%를 수입한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다른 거대 신흥국이 시름에 빠지는 동안 인도는 오히려 수혜를 입고 있다는 얘기다.



WSJ는 올해 들어 루피화 표시 국채 수익률이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HSBC아시아채권지수 기준 인도 루피화 표시 국채의 달러화 환산 수익률은 올해 들어 4.8%를 기록했다. 이는 홍콩(3.7%), 중국(3.5%) 보다 1%포인트 인상 높은 수준이다. 말레이시아(-13.6%), 인도네시아(-7.0%), 한국(-0.2%) 국채를 매입한 투자자는 오히려 손해를 봤다.

인도 통화당국의 공격적인 금리정책도 인도 국채의 투자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파격을 선보여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그러면서 향후 인플레이션이 목표범위를 밑돌 경우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인도 중앙은행의 화끈한 서비스에 채권 시장은 환호했다. 금리 인하는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홍콩 소재 BOCHK자산관리회사의 채권투자 부문 대표 벤 유엔은 "올해 초부터 인도 채권은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대상이 됐다"며 "외국인투자자에게 주어진 쿼터가 이처럼 빨리 소진되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진국 투자자들은 인도 국채 구하기에 혈안이 돼 있다. 인도가 달러화 표시 국채를 발행하지 않은채 자국 통화 표시 채권만을 고집하는데다, 그나마 외국인투자자의 국채매입 규모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물량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의 경우 전체 국채 발행액 대비 외국인투자자 보유 비율이 30%에 달하는 반면, 인도는 3.7%에 불과하다. 이런 수요를 감안해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 9월 외국인 투자 쿼터를 늘려 오는 2018년까지 외국인투자자의 국채 보유 비율을 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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