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26일 김 대표로부터 전화가 와서 정무수석이 만났다”면서 “정무수석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문제가 많아 반대했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부산에서 회동을 갖고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잠정 합의했고 합의내용을 정무수석에게 알렸다.
이 관계자는 “정무수석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도가 (새누리당) 당론도 아니고 문제가 많은 제도라고 지적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유엔외교 일정이 워낙 빡빡한 상황이어서 (박 대통령에게) 보고를 안 드렸다고 한다”고 전했다. ★ 관련기사 6면
청와대가 김 대표와 현 수석의 만남 사실을 전격 공개한 것은 여야 대표간 잠정합의에 대한 청와대 통보여부를 놓고 청와대와 김 대표간 ‘진실공방’이 확산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청와대에 불편한 심기를 피력하면서 이날 공식·비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등 일일 당무 거부에 들어갔다. 김 대표의 행보가 박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면서 당청갈등 확대를 점치는 전망도 많다.
김 대표는 이날 아침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데 이어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참석해 기념사를 하기로 예정돼 있었던 만큼 의식적으로 불편한 만남을 애써 피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 대표는 당초 참석하기로 했던 부산 국제영화제 개막행사에도 불참했다. 모든 외부일정을 취소한 김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 들러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계를 향해 날 선 발언들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안심번호와 관련한 여야 당대표 합의를) 청와대와 (사전에) 상의했다”며 “(합의가) 끝난 후에는 발표문을 그대로 찍어서 다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혼자 다 한 것처럼 자꾸 비난하고 있다”면서 “하도 답답하니까 이것까지 다 밝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박계 좌장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을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일문일답식으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서정명·전경석기자 vicsjm@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