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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5단체 '저출산 극복 선언'에 풍기는 관치 냄새

경제계가 정부의 저출산정책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선언'이라는 것을 또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포함한 경제5단체는 15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조찬간담회를 연 뒤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확산에 노력한다"는 내용의 저출산 극복 실천 선언문을 발표했다. 청년 일자리 확대, 장시간 근로문화 개선은 물론 출산·육아휴직 제도 정착과 어린이집 확대 같은 대안도 제시했다. 발표 내용만 놓고 보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를 자발적 동참으로 볼 이는 몇이나 될까. 경제계 안팎에서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이런 식으로 떠넘기는 것을 좋아할 곳이 어디 있겠는가"하는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자신의 목줄을 쥔 장관들 앞에서 항변할 수 있는 간 큰 기업인이 있을까 싶다. 이런 사례는 과거에도 수없이 많았다.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청년희망펀드 기부 이후 투자하기도 벅차하던 기업들이 줄줄이 돈을 싸들고 펀드를 찾았고 7월에는 채용 여력이 없음에도 "청년 일자리를 20만개 이상 만들겠다"며 정부와 협력 선언을 했다. 이 모든 일이 정부 눈 밖에 나는 게 두려워서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안다. 이러니 경제계가 무슨 선언만 했다 하면 관치(官治)니 준조세니 하고 논란이 이는 게 당연하다.

선언문 내용처럼 "결혼과 출산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정부·기업·개인이 다 함께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는 데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기업만 다그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가계소득 감소, 주거비·사교육비 부담, 청년 일자리 부족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어린이집을 많이 짓고 휴가를 많이 보내도 무용지물이다. 정부는 기업 팔 비틀기에 나설 여유가 있다면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에 일분일초라도 더 투자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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