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인 극우단체인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은 한국의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우익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와 자주 비교된다. 이들은 2000년대 이후 내셔널리즘이나 외국인 배척 등 거리에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를 외치는 집회에 자주 등장했다. 허구의 이른바 '재일 특권'을 빌미로 한 '혐한론'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재특회를 비롯한 극우 단체가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일본에서 재특회와 같은 극우·배외 단체가 득세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 '폭주하는 일본의 극우주의-재특회, 왜 재일 코리안을 배척하는가(원제 日本型排外主義)'의 저자는 재특회를 낳은 것이 장기불황이나 사회불안의 확대라는 지금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 전후 일본이 회피해온 식민주의의 청산 문제가 악의적인 재일 코리안 배척운동이라는 형태로 표면에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돌아볼 때 1990년대의 일본은 다양성의 수용과 역사문제 해결이라는 점에서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뿐만 아니라 지방공무원 채용에서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해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회의를 설립하는 등의 시도가 이 시기에 이뤄졌다. 하지만 결국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시아여성기금이라는 미봉책밖에 내놓지 못하고 외국인 참정권도 실현하지 못했다. 즉 일본 사회는 지금 역사수정주의나 배외주의의 확산이라는 형태로 1990년대의 시도를 그처럼 어중간하게 끝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재특회를 단순히 병리현상으로서 도려낸다고 해도 문제는 반드시 다른 형태로 분출될 것으로 저자가 보는 이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본의 배외주의의 기원이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차원에서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은 문제를 풀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누가, 왜 극우를 지지하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부터 한국과 중국 등 '과거의 국민'에 대한 배척과 혐오에 바탕을 둔 외국인 참정권 문제의 일본적 특수성, 외국인 참정권을 영주 외국인 문제로서 풀지 않고 해당 민족의 조국과 연계시킴으로써 특정 국가에 대한 배타적 감정을 재일 외국인에게 발산하게 되는 구조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1만9,800원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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