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서류만 일치하면 은행이 물품대금 지급을 보증하는 신용장 제도의 허점을 노리고 거액의 물품대금을 가로챈 일당이 붙잡혔다.
이들은 폐타이어를 수입하면서 무려 138배나 비싼 동(銅) 스크랩을 수입하는 것처럼 위조한 선적서류를 은행에 제출하는 수법을 썼다.
부산세관은 저가 폐타이어를 수입하면서 동 스크랩을 수입한 것처럼 속여 10억원의 신용장 대금을 빼돌린 혐의(사기와 자금세탁 등)로 서울 S사 대표 A씨(39)를 구속하고 공범 B씨(35)씨를 불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세관에 따르면 이들은 미리 공모한 미국의 수출회사와 동일한 중량의 동스크랩과 폐타이어 수입계약서를 이중으로 작성하고 국내 무역회사인 I사에게 동스크랩 계약을 근거로 수입신용장을 개설하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300만원에 불과한 폐타이어만 국내에 도착했다.
국내 은행이 지급한 동스크랩 대금 10억원은 이미 미국 은행을 통해 미국 수출회사로 넘어간 뒤였다.
이 사실을 확인한 I사가 항의하자 A씨는 수출회사의 실수로 잘못 선적됐다고 변명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결국 I사는 사기 혐의로 이들을 경찰에 고발했으나 별다른 증거가 드러나지 않아 이들은 무혐의가 됐다.
이들은 수입, 수출업자의 무역서류만 일치하면 은행이 물품대금 지급을 보증하는 신용장 제도의 허점을 노리고 미국 수출회사와 미리 공모한 뒤 수입계약서를 만들어 이 같은 짓을 벌였고 I사는 이들의 교묘하고 지능적인 수법에 꼼짝없이 걸려들어 사기를 당한 것이다.
이렇게 해외로 빼돌린 자금은 수출회사로부터 차입하는 것처럼 대출계약서를 위조해 은행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세탁한 뒤 국내로 들여와 경남 사천에 있는 산업용지 개발사업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세관은 지난해 10월께 부산항에 도착된 물품이 선적서류 상의 물품과 다른 사실을 포착하고 수출회사와 이들의 자금흐름을 끈질기게 추적해 신용장 사기과 자금세탁 혐의를 밝혀냈다.
부산세관은 앞으로 이와 같은 유사범죄 차단을 위해 수출입과 외환거래 실적 차이 등을 정밀분석해 추적조사를 벌이는 한편, 무역보험공사 수출신용보증을 담보로 무역금융을 대출받은 업체에 대해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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