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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구긴 베저스

'세계 최고 CEO'서 1년만에 87위로 추락

지난해 '세계 최고 실적의 최고경영자(CEO)' 1위를 차지했던 아마존닷컴 창업자 제프 베저스(사진)의 순위가 올해는 87위로 곤두박질쳤다. 재무성과는 여전히 높지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지속 가능한 실적을 내기 위한 비재무적 성과는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전 세계 907명의 CEO를 대상으로 선정한 100대 CEO 명단에서 베저스의 순위가 한해 만에 86계단이나 급락했다고 밝혔다. 아마존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키운데다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영역으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베저스의 순위가 급격히 강등된 것은 HBR의 CEO 평가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HBR는 종전에 시가총액과 주주수익률 등 재무성과를 기준 삼아 CEO 순위를 매겨 왔으나 올해부터는 여기에 더해 ESG 영역의 성과까지 고려하도록 평가방식을 바꾼 결과 베저스의 순위가 대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베저스의 재무성과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위를 차지했지만 평가 비중의 20%를 점하는 ESG 영역의 순위가 828위에 그치면서 순위를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논란이 된 아마존의 가혹한 기업문화와 조세회피 문제, 특허침해 소송 등이 낮은 평가를 받은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베저스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한 올해 최고의 CEO는 덴마크 헬스케어 기업인 노보노르디스크의 라르스 레비엔 쇠렌센이다. 노보노르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에만 집중하는 기업으로 아마존과 비교할 때 글로벌 시장의 인지도는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최근 세계 각국에서 당뇨병 환자가 급증해 회사의 매출이 뛴데다 쇠렌센 CEO의 경영이 ESG 영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단숨에 1위를 차지했다고 HBR는 설명했다. 그 뒤로 미국 네트워크 통신업체 시스코시스템스의 존 체임버스 회장, 스페인 패션 브랜드 자라를 소유한 인디텍스의 파블로 이슬라 회장, 독일 자동차부품 업체 콘티넨탈의 엘마 데겐하르트 회장, 영국 광고그룹 WPP의 마틴 소렐 회장이 각각 2~5위를 차지했다. 한국인은 100명 중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최근 배기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폭스바겐의 마르틴 빈터코른 전 CEO는 20위에 자리잡았다. HBR는 이번 조사가 폭스바겐 스캔들이 터지기 전에 이뤄졌다면서 스캔들이 반영됐을 경우 51위로 밀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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