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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 평안 지켜주던 영험한 벽사 호랑이

서울미술관 '대호'전

19~20세기 민화 30여점 전시

호도, 19세기, 종이에 수묵채색, 135x78
작자미상의 19세기작 '호도(虎圖)' /사진제공=서울미술관

목을 길게 뺀 호랑이가 커다란 눈을 부라린다. 흰구름같이 소복한 눈썹은 호랑이를 마치 산신령이나 수호신처럼 보이게 한다. 얼굴에 비해 유난히 큰 샛노란 눈이 인상적인데, 옛 사람들은 파란색이라고 전하는 호랑이 눈을 두고 '밤에는 눈에 시퍼런 불을 켜고 다닌다'는 식으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다. 줄무늬가 아닌 동글동글한 표범 문양 같은 몸통과 대조를 이루는 가슴 부분의 흰 털은 포근함과 친근감마저 풍긴다. 이처럼 가슴과 배가 흰 털로 덮인 호랑이 그림은 경기도 지역 산신도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호랑이 그림은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는 의미를 가진 까치, 늘 푸르름과 장생을 뜻하는 소나무와 함께 그려진 경우가 많으나 이 '호도(虎圖)'는 화면 가득 호랑이만 채우고 있다. 아마도 사찰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널찍한 공간에서 백성들의 평안을 지켜주는 일종의 부적같은 벽사용 그림으로 추정된다.

백성을 돌보던 영험한 호랑이 그림이 30여점이나 한 자리에 모였다. 부암동 서울미술관(이사장 서유진)이 개관 3주년으로 기획한 '대호' 전시다. 호랑이를 소재로 한 19세기~20세기의 민화(民畵)를 어렵게 모았다. 조선의 관청인 도화서 화원들이 그리던 이상적 그림과는 달리 민화는 이름이 전해지지 않는 화가의 개성과 기발한 상상력이 드러나는 동시에 복을 빌고 악귀를 막고자 한 민중의 바람이 담겨있다. 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를 '백성의 그림전' 첫 전시로 시작해 민화 기획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일반적인 호랑이 그림 외에 사냥꾼들이 말을 타고 달리며 사냥하는 '호렵도'와 호랑이 가죽을 펼쳐놓은 듯 정교하게 그린 '호피도(虎皮圖)'는 색다른 볼거리다. 내년 2월말까지 계속된다. (02)395-0100



/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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