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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움을 물씬 풍기는 영화들이 같은 날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3일 개봉하는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와 '사우스포', '하트 오브 더 씨'다. 여성 관객들의 티켓 파워가 강력해진 요즘 남성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마초'적 캐릭터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지만 지킬 건 지키는 강한 남자들의 귀환은 오히려 신선한 느낌을 준다. 할리우드 일류로 꼽히는 감독과 배우들이 힘을 모은 수작이라는 점에서도 추천할 만하다.
긴장감 최고의 하드 보일드
◇시카리오(감독 드니 빌뵈브)=마약 카르텔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 '시카리오'를 표현하는 한 마디는 '팽팽한 긴장감'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멕시코 후아레즈는 '세계의 살인 수도'라 불리는 위험한 도시로 한순간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곳. 차들로 꽉 막힌 14차선 도로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가 하면 수시로 폭탄이 터져 밤하늘을 불꽃처럼 수놓는 등 극도의 혼란이 반복된다. 하지만 영화 분위기는 건조하기 짝이 없다. 연출도 불친절한 편이다. 어리둥절한 가운데 위험천만한 상황은 반복되고 관객들의 몰입이 한계에 치달을 때쯤 비로소 영화는 작전의 진실을 슬쩍 알려준다. 팽팽하게 이어진 긴장감이 단숨에 툭 끊어지며 마주하는 것은 무거운 질문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선악은 구분되는가. 우리는 과연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드뇌 빌뵈브 감독은 극도로 세련된 연출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배우들의 명연기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영화는 세계 호평에 힘입어 속편 제작을 결정지었다고 한다.
승리를 위한 한 방
◇사우스포(감독 안톤 후쿠야)=빌리 호프(제이크 질레한)를 43승 무패의 챔피언이 되게 한 힘은 다름 아닌 '분노'다. 방어가 좋지 않아 상대에 많은 펀치를 허용하지만 그렇게 맞으며 쌓인 분노는 라운드 후반 강렬한 한 방을 끌어내는 힘이 됐다. 하지만 뜻밖의 사고로 아내 모린(레이첼 맥아담스)을 잃은 후 터져 나온 '분노'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해 결국 자기 자신마저 파괴하고야 만다. 완전히 망가져버린 빌리는 하나뿐인 딸의 양육권마저 뺏길 위기에 놓이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코치 '틱(포레스트 휘테커)'을 찾는다. 틱은 인파이터였던 빌리에게 방어를 위주로 하는 사우스포 아웃복싱을 가르친다. 분노로 자신을 망치는 싸움이 아닌 스스로를 보호하는 싸움법 '사우스포'는 빌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하는 리얼한 복싱 장면이다. 진짜 같은 타격감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영웅적 모험담
◇하트 오브 더 씨(감독 론 하워드)='하트 오브 더 씨'는 남성 영웅들의 고전적인 모험 서사에 가까운 이야기다. 영화는 미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수작 '백경(모비딕)'의 탄생에 얽힌 비화를 파고든다. 작가 허먼 멜빌이 19세기 최악의 해양 참사로 꼽히는 에식스호 사건의 생존자를 찾아가면서 시작되는 영화는 남태평양 한가운데서 길이 30m, 무게 80톤의 성난 흰 고래의 습격을 받아 94일간 7,200km를 표류했던 포경선 선원들의 고난을 재구성한다. 19세기 너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 명문가 출신이지만 경험이 없는 선장과 타고난 뱃사람이지만 신분이 비천한 1등 항해사와의 갈등, 죽음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 등 다면적 이야기가 명장 론 하워드 감독의 손을 통해 흥미롭게 펼쳐진다.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사진제공=각 배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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