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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210곳서 '청소년 기업가 체험 프로그램' 시범 운영
경영 교육부터 창업 아이디어 실행까지 전 과정 직접 경험
"기업인이 꿈""매력적" 만족도 높아… 내년엔 경진대회도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대신중학교 1학년 4반 교실. 27명의 학생들이 기업가 정신을 담은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동영상에는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항상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고 연설했던 장면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세계 최고의 부자'에서 '세계 최고의 기부자'가 된 사연이 담겨 있었다. 5분가량의 동영상 시청이 끝나자 진로담당 교사가 학생들에게 느낀 바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 있게 한마디씩 했다. 김승리군은 "창업을 하려면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며 "게이츠처럼 세계 최고의 기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대현군은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발표했고 김주원군은 "경영을 하려면 다른 사람과 협력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중학교 선택교과인 '진로와 직업'. 대신중은 지난달부터 '청소년 기업가 체험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는 국정과제인 '개인 맞춤형 진로설계'와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지원하기 위해 청소년 기업가 체험 프로그램을 올 들어 개발했다. 현재 전국에서 중학교 120개교, 일반고 54개교, 특성화고 33개교, 마이스터교 3개교 등 210개 학교에서 이 같은 기업가 체험 수업을 진행 중이다.
기업가 체험 수업은 학생들이 창업의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신중에서는 이달까지 기업가 정신에 대한 이해와 토론, 기업경영을 위한 설득방법 등을 교육하고 다음달부터 창업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과정을 진행한다. 창업 프로그램을 위해 4~5명의 학생들끼리 뭉쳐 여러 개의 조를 만들었다. 몇몇 조는 상당히 현실성 있는 창업 아이템을 내기도 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미스버거'다. 현재 햄버거는 칼로리가 높아 다이어트의 적(敵)으로 평가 받는데 여자들의 체중감량 요구를 반영한 저칼로리 미스버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조는 미래산업으로 평가 받는 '바이오테크'와 관련한 창업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한 학생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할아버지의 혈당량을 실시간 점검해 위험 수위에 이르면 직장에 다니는 엄마에게 경보를 제공하는 형태의 웨어러블 의료기기를 만들고 싶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박후서 대신중 진로교사는 "요즈음에는 중학생도 장래 취업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어 창업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일부 학생들은 실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아이디어'를 제출해 깜짝 놀랄 때도 많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이승교군은 "이 수업을 통해서 기업인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며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뭔가를 만들고 이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권준현군은 "그동안 막연하게 기업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를 몰랐다"며 "설득 능력, 판단력과 같은 다양한 기술을 수업하면서 배울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좋은 기업인의 덕목도 배우게 된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처럼 이윤 추구와 더불어 사회공헌에 대한 필요성을 이해하게 된다. 권준현군은 "돈을 번 뒤 호의호식하지 말고 남에게 베풀어야겠다는 점을 배웠다"며 "모두가 잘살 수 있어야 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가 체험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은 창업 아이템을 선정할 뿐 아니라 마케팅 방안도 직접 마련한다. 또 주주총회와 같은 기업활동도 체험하고 기업 간의 업무협약 체결 등 심화활동도 진행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온라인 멘토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한다. 내년 1월께에는 '창업경진대회'도 연다.
교육부는 우수 아이디어를 선발하고 창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 전국 규모의 대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이 창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에 대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고 도전정신을 함양할 수 있다"며 "진로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등 다양한 교육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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