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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금리인상] "신흥국 유동성 잔치 끝났다"… 글로벌 경제 중심축 미국·유럽으로 U턴

[격변하는 글로벌 경제질서] <1> 신흥국시대 가고 선진국시대 열린다



"노동시장 개선·물가 목표 무난" 美 경기회복 자신감

유로존도 재정위기 후유증 벗어나 디플레 탈출 조짐

신흥국, 中 경기둔화·원자재값 폭락·자금이탈 비상

브라질·남아공·印尼·터키 CDS프리미엄 치솟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또다시 글로벌 경제에 지각변동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미국·유럽 등 선진국으로 돌아가는 신호탄이라는 뜻이다. 반면 신흥국은 중국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에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이탈 우려까지 겹치면서 저성장이 고착되는 '뉴 노멀'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선진국 회복 vs 신흥국 하강=아직 지지부진한 회복세에도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미 경제 전망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도 16일(현지시간) "노동시장의 개선과 더불어 물가도 중기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며 낙관론을 피력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에도 디플레이션 탈출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유로존의 올 3·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 1.6%를 기록했다. 비록 미약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등에 힘입어 재정위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본도 3·4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3% 증가하며 기술적 경기 침체에서 빠져나왔다.



반면 신흥국은 중국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의 여파로 신음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정크(투기) 등급으로 강등한 게 단적인 사례다. 2013년부터 신흥국 전체의 성장률도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올해 선진국의 평균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하며 5월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신흥국은 4.4%에서 4.0%로, 0.4%포인트나 내렸다. 2009년 이후 최악의 성장률이다. 미국 등 해외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막대한 유동성과 원자재 붐에 의존해 구조개혁을 등한시하다가 특유의 역동성마저 잃고 만 것이다.

특히 2009년 대대적인 경기부양 조치로 유로존을 재정위기에서 구했던 중국이 이제는 세계 경제의 근심거리가 된 상황이다. 최근 블룸버그가 전문가 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명은 중국의 경기회복 시점으로 오는 2018년을 꼽았고 2019년도 5명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신흥국의 저성장이 일시적 국면이 아니라 구조적인 하강 사이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연준 금리 인상이 신흥국에 결정타 되나=더 큰 문제는 신흥국의 '빚잔치'가 끝물에 도달하면서 외국인 자금 탈출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18개 주요 신흥국의 부채 규모는 58조6,000억달러로 2009년 이후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통해 유동성을 거둬들일 경우 신흥국 기업과 가계가 파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올 들어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5,000억달러에 이른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설명이다. 물론 연준이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한데다 시장 결정적인 환율체계, 금융시장 투명성, 외환보유액 등의 측면에서 신흥국 사정이 다르다는 의견이 많다. 1994년 미국의 급작스런 금리 인상에 따른 멕시코의 '테킬라 위기'로 시작된 신흥국 외환위기, 2004년 금리 인상 후폭풍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를 반복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흥국 경제가 과거보다 취약한 가운데 급증한 해외 부채의 만기가 돌아온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UBS에 따르면 만기가 도래하는 신흥국 외화표시채권은 올해 3,450억달러에서 내년 5,550억달러로 불어난다. 시중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겹칠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 늘어나면서 일부 신흥국 기업들은 도미노 부도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1990년대와 같은 금융위기를 반복할 경우 신흥국은 적어도 5년간은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에서 멀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러시아·카자흐스탄·터키·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일부 신흥국의 경우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뛰어오르고 있다. UBS의 바누 바웨자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 자산 매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반면 2004년처럼 원자재 가격이 뛰고 수출이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신흥국이 물이 천천히 데워지는 냄비 속에서 죽는 개구리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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