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기술개발(R&D) 인력이 몰려드는 길포드가 있다면 서울에는 양재·우면일대의 '도심형 R&D 혁신지구'가 바로 그런 곳이다. 서울시는 양재·우면 일대를 서울의 연구센터기지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이곳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기아차, KT 등 대기업과 미동전자통신, 코어라인소프트, 화인스텍 등 280여 개 중소기업의 R&D 연구소가 모여 있지만, 유기적인 네트워크나 지원 방안이 없었다. 서울시는 이에 이 지역을 '도심형 R&D혁신지구'로 지정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R&D 협업이 가능하도록 해 영국의 서리혁신단지를 '한국의 서리혁신단지'로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종 규제 완화는 물론 세제혜택 등 파격적인 육성전략을 고민 중이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양재·우면 R&D 혁신지구는 도심 내에 충분한 임대공간과 지원시설을 확충해 일하고 먹고 자는 것이 공존하는 도시환경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네트워크로 구축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서울도시기본계획 및 생활권계획에 이 일대를 R&D에 특화된 '전략육성지'로 지정했다. 이 지역은 지난 1982년 도시계획 결정에 따라 유통업무설비로 지정됐다. 유통 물류 관련 R&D만 입주할 수 있다. 다양한 기능과 용도를 가진 건물이 입주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이 같은 규제로 지금까지는 양재·우면지구는 R&D 여건을 갖추고도 발전하는데 걸림돌이 돼 왔다. "서울 전체 R&D인력의 52.6%가 밀집해 있지만 부지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특정 지역이 R&D지구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각 분야들이 입주할 수 있는 다용도 건물이 필수적인 만큼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혁신지구로 지정하고 전략적인 육성에 나섰다.
시는 지역 현황과 발전방향을 고려해 이 일대를 △대기업 R&D 특화구역 △중소기업 R&D 육성구역 △도심형 R&D 복합구역 △휴식·여가 교류구역 4개 구역으로 구분하고 건폐율·용적률 완화, 세제혜택 등 구역별로 차별화된 관리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다. 단지내에서 R&D 연구인력이 생활도 가능하고, 연구도 가능하도록 하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이미 R&D 기능으로 활용되고 있는 부지는 기존 기능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서울시 소유부지 및 이용도가 낮은 부지는 R&D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양곡도매시장 등 이용도가 낮은 공공소유지 일부에 'R&D지원 앵커시설(종합지원센터)'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저성장 시대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R&D에 대한 적극적인 민간투자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과 공생이 필요하다"며 "서울시는 이 지역이 좋은 인재가 몰려드는 글로벌 R&D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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