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신사옥 조성 속도낸다

강남구, 한전부지 내 변전소 이전 허가

현대자동차가 사들인 한전부지 내 변전소 이전 허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강남구가 변전소 이전을 허가해 현대차 신사옥 조성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남구는 12일 "수백조원에 달하는 공공이익을 낼 현대차 사옥 조성 사업을 마냥 발목 잡을 수 없다"며 "부지 내 변전소의 이전을 허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남구는 그동안 현대차의 공공기여금 사용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어왔다. 이로 인해 구는 현대차 신사옥 건설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전해야 하는 지하변전소를 두고도 '지구단위계획이 문제가 있을 경우 관할 구청장이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다'는 지침을 들어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날 강남구는 돌연 태도를 바꿔 "한전부지의 새 주인이 된 현대차를 환영하며 세계 최고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조성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변전소 이전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아울러 구는 현대차가 지난 9월24일 매입금 잔금을 완납함에 따라 변전소 부지도 소유하게 됐다고 전했다. 강남구의 이번 결정에 따라 한전부지 지하에 있는 변전소는 부지 내 가장자리로 옮겨지는 등 현대차 신사옥 조성을 위한 제반 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황이 바뀐 게 없음에도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강남구의 행동에 일각에서는 그간의 반대가 정당한 이유 없이 단순히 구의 주장만을 관철하기 위한 일방적인 행정이 아니었느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제라도 변전소가 이전하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반기면서도 "바뀐 게 하나도 없는데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의아해했다.

현대차는 서울시에 105층 규모의 GBC를 건립하고 공연장도 조성하는 등 신사옥 사업계획을 제출했으며 이에 따른 공공기여금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 기여금을 놓고 강남구는 강남에만, 서울시는 인근 자치구에도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양사록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