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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한국사(역사) 교과서의 대표집필진으로 선정된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자진사퇴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대외적으로 공개한 2명의 대표집필진 가운데 1명이 사퇴하면서 국정 한국사 교과서 편찬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편 관계자는 6일 서울경제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 교수가 국편에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교과서 집필에 방해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사퇴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가 이날 사퇴를 표명한 이유는 반대 여론과 여기자 성추행 의혹 때문이다. 최 교수가 대표집필진으로 참여한다는 기사가 나온 뒤 포털 사이트 등에는 원색적인 비난이 들끓었다. "노망이 들었다"는 댓글부터 "최몽룡은 친일식민사관을 정립한 이병도의 제자"라는 근거 없는 비난이 쏟아졌다.
또 전날 최 교수가 자택을 방문한 한 일간지 여기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발언과 부적절한 행동을 수차례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결국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서는 "내가 무슨 잘못된 발언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며 부인했다.
한국상고사학회 회장을 지내는 등 상고사(선사시대) 분야의 전문가인 최 교수가 사퇴하면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편찬은 진통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교수는 이날 사퇴를 표명하면서 후임을 별도로 추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편은 이에 따라 상고사 분야의 대표집필진을 하루빨리 수소문해 초빙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국편은 당초 상고·고대·고려·조선·근대·현대 등 시대별 대표집필진 6명을 초빙 형식으로 내정한 뒤 논란에서 자유로운 상고·고대 분야의 대표집필진 2인을 공개했다. 나머지 집필진은 오는 9일까지 공모한 뒤 20일께 38~39명의 전체 집필진 구성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표집필진 가운데 1명이 이탈하면서 집필진 구성이 더욱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편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변화된 상황에 맞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 집필진 공모가 진행되고 있지만 서울대·서울교대 등 주요 대학의 역사 전공 교수들이 집필 거부를 선언한데다 집필진에 대한 '도 넘은 인신공격'이 이뤄지면서 집필진 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한 국립대 역사 전공 교수는 "대다수 역사 전공자들이 집필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인력풀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무책임한 비난도 난무해 집필진으로 서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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