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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다그룹 왕스충, 철부지 이미지 강하지만 게임투자 성공 능력 인정
싼이그룹 량지종, 공산당 가입 후 승계 절차… 재무담당 임원으로 활동
와하하그룹 쭝푸리, 와하하 입사 경영수업… 亞 여성경영인 50인에
하이신철강 리자오후이, 주식투자에만 열 올려 매출 뚝… 결국 부도에
하이샹약업 뤼위홍, 무리한 M&A·도박 빚… 경영 손 떼고 지분 팔아
"남태평양에 섬이나 하나 살까 생각 중입니다. 아들한테는 신탁상품으로 매달 돈 나오게 하고 회사는 제대로 경영을 할 사람한테 넘겨야죠."
최근 만난 중국 기업인의 말이다. 20년간 인테리어 사업을 하며 중국 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사업체로 성장시킨 그는 요즘 은퇴 설계로 고심중이다. 60세에는 은퇴를 하고 노후를 즐기겠다는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정작 은퇴 후 재산관리가 아니라 기업승계 문제다. 자수성가형 사업가인 그가 보기에도 이제 20대 후반인 아들이 못미더운 탓이다. 창업 바람을 타고 이것 저것 손댄 아들이 들고 온건 빚뿐이다.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 부를 축적한 중국 기업인들의 은퇴시기가 다가오며 기업승계가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시장경제의 역사가 짧은데다 가족경영으로 아들·딸에게 기업을 물려주는게 일반적이지만 재벌 2세를 말하는 푸얼다이(富二代)들의 무절제한 행태에 대한 사회의 비난이 조심스럽다. 여기다 경기가 둔화되며 기업경영이 만만치 않은 것도 고민이다.
◇슈퍼 푸얼다이는 누구= 미래 경영인으로 꼽히는 중국 내 슈퍼 푸얼다이는 단연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아들인 마원쿤이다. 1992년생으로 올해 23살인 마원쿤은 현재 미국 서부 명문인 UC버클리를 다닌다는 것 외에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말 중국 매체인 후룬 보고서가 푸얼다이 재산 1위로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의 아들인 왕스충을 제치고 마원쿤을 꼽으며 주목을 받았다.
푸얼다이 중 세인의 입방아에 가장 빈번하게 오르내리는 인물은 역시 왕스충이다. 싱가포르와 영국에서 학교를 다닌 왕스충은 외부 노출을 꺼리는 재벌 2세들과는 달리 활발한 SNS 활동과 돌출행동으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여자 연예인과의 스캔들, 애플와치 강아지 등으로 철부지 이미지가 강하지만 베이징푸쓰 등 게임산업 등에 투자하며 경영능력을 인정 받기도 했다.
잘 드러나지 않는 슈퍼푸얼다이 중 한명은 마화텅 톈센트 회장의 딸인 마만린이다. 1990년생인 마만린은 선전방송대학을 졸업한 후 2011년 톈센트에 입사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경영일선에 참가한 슈퍼 푸얼다이들도 있다. 중국 최대 음료 기업인 와하하그룹 창업주 쭝칭허우 회장의 외동딸 쭝푸리(26)는 2004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와하하에 입사,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쭝푸리는 2012년 포보스 선정 아시아 여성경영인 50인에 올랐고 지난해 후룬 선정 중국 여성경영인 순위 8위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건설기계업체인 싼이그룹 량원건 회장의 아들 량지종(31)은 공산당에 가입하며 기업 승계에 나선 인물이다. 영국에서 유학을 마친 후 중국공청단에 가입한 량지종은 현재 회사에서 재무담당 임원으로 활동중이다. 산이그룹내에서는 이미 량지종을 샤오량종(작은 량사장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경영 승계가 마무리된 상황이다.
◇무리한 경영승계로 망한 푸얼다이= 철부지 푸얼다이에게 기업을 넘겼다가 회사가 망하는 사례도 만만치 않다. 산시성 최대 민영철강 회사인 하이신철강은 창업주인 리하이창이 2003년 갑자기 피살되며 유학 중이던 아들 리자오후이가 경영을 이어받았다. 당시 22살이던 리자오후이는 철강산업보다는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며 한때 산시성 최연소 부호에 오르기도 했다. 스타급 연예인과 두번 결혼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본업에 소홀하면서 하이신철강은 매출이 뚝 떨어지며 지난해 11월 부도를 선언했다.
제약업체인 하이샹약업은 아들의 도박으로 회사 경영권을 투자자에 뺏긴 경우다. 2007년 부친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받은 뤼위훙은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사상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으며 결국 경영에서 손을 뗐다. 그의 회사 지분 역시 둥강궁마오그룹으로 넘어갔다. 세간에는 뤼위훙이 막대한 도박 빚 때문에 지분을 넘겼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정부도 신경 쓰이는 푸얼다이 기업승계=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우고 있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철없는 푸얼타이의 기업 상속은 골칫거리다. 중국판 금수저들이 자칫 경제성장의 이익을 독점하는 행태를 계속 보일 경우 빈부격차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6월 통일공작선전부에 "푸얼다이를 지도하라"는 직접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청년보에 따르면 시 주석의 지시 이후 전국 백만장자들의 자식 70명이 남동부 푸젠성에서 교육을 받았다. 신문은 참석자들의 평균 나이는 27살이었으며 교육의 규칙은 엄격했고 늦은 사람에게는 1,000위안(약 18만원)의 벌금을 매겼다고 전했다.
제일재경일보는 "중국의 차세대 경영인은 경제성장 둔화 속에서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산업구조 전환이라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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