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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0년대 후반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입니다. 집주인이 재계약 시 보증금을 1억~2억원 올리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일입니다."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오랜 기간 중개업소를 해온 김모씨는 '미친 전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세난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전세매물은 씨가 마른 지 오래여서 어쩔 수 없이 매달 고액의 월세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전세난은 통계 수치에서 잘 드러난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이미 지난 10년 중 최고치로 치솟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16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3.33% 올라 지난해 연간 전셋값 상승률 6.68%의 두 배에 달했다. 이는 2006년 이후 10년간 연간 전셋값 상승률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도권과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경기 하남시의 아파트 전세가격이 10.47% 오른 것을 비롯해 군포시(9.22%), 광주시(8.39%), 남양주시(8.31%), 구리시(8.29%) 등의 전셋값이 크게 뛰었다. 지방에서는 대구 수성구(10.70%)와 북구(7.16%), 경북 경산(5.33%) 등 대구·경북 지역의 전셋값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현장에서 말하는 체감 전세난은 더 심각하다.
서울경제신문이 주요 지역을 조사한 결과 서울 성북구의 경우 시세보다 비싸게 나온 전세매물도 거래가 바로 이뤄지며 정릉동 길음뉴타운 10단지 라온유의 전세가격이 지난주에만 3,000만~4,000만원 올랐다. 마포구 삼성래미안 아파트의 경우 59㎡는 물론 84㎡도 전세매물이 아예 없다. 송파구 일대 역시 84㎡ 전세시세가 8억원을 훌쩍 넘었지만 이조차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다.
전세난은 전세의 월세 전환이 이어지면서 전세매물 품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저금리로 전세보증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은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임차인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전국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5.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포인트 늘며 연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특히 서울 지역 임차인들이 아파트 전세난을 피해 주로 선택하는 다가구·다세대주택의 월세 비중은 1~9월 누계 기준으로 처음 50%를 돌파하기도 했다.
여기에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따른 이주수요 증가는 전세난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업계에서는 내년까지 서울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이주수요가 6만가구에 이르는 반면 입주물량은 절반인 3만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성권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전세의 월세 전환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전세 아파트 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세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최근 임대시장에 머물던 수요자들이 일부 분양시장으로 흡수되기는 했지만 입주까지 2~3년 정도가 걸리는 만큼 당장의 전세난 해소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조권형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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