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프라임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이 4분기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여전히 공급이 많은데다 기업들의 오피스 수요도 줄어들고 있어 임대차 시장의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반전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명목 임대료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상승률 아래로 떨어지고 시장에 매물로 나온 오피스 거래가 지연되는 등 오피스 시장의 불안을 나타내주는 신호는 뚜렷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공실률 하락에도 불안한 오피스 임대 시장=글로벌 부동산컨설팅 업체인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서울 프라임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은 14.1%를 기록해 전 분기 15.4%에 비해 1.3%포인트 감소했다. 프라임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 2014년 4·4분기 이후 4분기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이면에는 신규 프라임 오피스 공급이 많아지면서 임대인들이 렌트프리를 비롯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시장이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면서 세컨더리에서 프라임으로 이전한 사례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3·4분기 공실 해소 중 36%는 세컨더리에서 프라임으로 옮긴 사례였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도심(CBD)의 공실률이 15.7%로 전 분기의 18.1%에 비해 2.4%포인트 감소해 가장 크게 줄었으며 여의도권(YBD)도 17.3%에서 16.5%로 하락했다. 반면 판교를 비롯한 타 지역으로의 이전 수요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강남권(GBD) 공실률은 10.4%로 전 분기(10.3%)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공실률이 다소 하락하기는 했지만 시장이 본격적인 반등에 들어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는 "이번에 이동한 주요 임차인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오피스 임대 시장의 회복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거래시장, 매물은 많은데 3·4분기 거래 종결은 3건=임대 시장이 좀처럼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하면서 거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상반기 시장에서 거래된 프라임 오피스 빌딩은 총 3건, 거래규모는 약 9,500억원에 불과했다. 3·4분기에도 종결된 거래도 많지 않았다. 하나자산운용이 약 1,600억원에 사들인 역삼동의 '그레이스타워', 이지스자산운용이 608억원에 매입한 '삼성생명 동여의도 사옥', 코람코자산신탁이 약 4,000억원에 매입한 여의도 '하나대투증권 빌딩' 등 총 3건(약 5,200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종로타워 등 현재 시장에서 거래가 진행 중인 매물이 10여 건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부진한 실적이다.
홍 상무는 "매물도 많고 유동성도 풍부한데 거래 종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아무래도 임대차 시장 위축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대다수의 거래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이 올해 안에 거래를 끝내는 데 공감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올 한 해 전체로 4조~5조원대의 오피스 빌딩 거래가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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