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자의 '먹튀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와 AIG 간의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프로젝트' 계약 건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지만 그 당시로 보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했다. 당시 한국의 상황이 좋지 않았고 그렇게라도 투자를 유치한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 정도의 인식이라면 먹튀 논란은 늘 반복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한국에 어려운 시기가 올 것이고 그때도 또 외국계 투자자에게 퍼주기 식의 특혜를 주게 될 것이다.
정말로 한국은 외국계 투자자의 먹튀를 반복해서 겪어야만 하는 걸까. 기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AIG와 같이 한국에서 한탕 크게 해먹을 생각으로 들어오는 투자자가 있는 반면 장기적으로 한국과 윈윈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외국계 투자자도 있다.
최근 기자가 흥미롭게 지켜본 외국계 투자자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다. 매력을 느끼는 첫 번째 이유는 GIC가 장기 투자자라는 점이다. GIC는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SFC)와 강남 강남파이낸스센터(GFC)를 각각 2000년대 초반에 사들였다. 매입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GIC는 광화문 일대 SFC와 프리미어플레이스, 정보화진흥원, 더익스체인지서울 등의 지하공간 통합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GIC의 이 같은 투자는 한국으로서도 나쁠 것이 없어 보인다.
시장에는 다양한 성격의 외국계 투자자가 있다. 서울시가 헤어질 때 매몰차게 등을 돌릴 것을 알면서도 굳이 AIG를 택할 이유가 있었을까.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은 서울시 스스로 국제금융 시장을 너무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IFC 먹튀 논란과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당시 서울시가 AIG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담당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건설부동산부=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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