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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서 혼쭐난 중국 기업들 '초라한 귀향'

주가 내리막에 올 26곳 상장폐지


지난 2010년 10월3일, 중국의 대표적 신재생에너지 업체인 '밍양(明陽)풍력발전'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미국 나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시초가 13.30달러로 시작한 밍양풍력발전 미국예탁증서(ADR) 주가는 이날 한때 14.70달러까지 올랐다가 13.60달러에 마감했다.

위풍당당하게 미국 증시에 입성하며 장밋빛 앞길을 예상했던 밍양풍력발전의 꿈은 그러나 이날 하루가 끝이었다. 이후 이 회사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고 단 한 차례도 나스닥 첫날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 채 5년여 만인 17일(현지시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전날 종가는 2.15달러로 상당 당시 주가의 5분의1토막까지 고꾸라졌다.

중국 선전에 위치한 투자자문사 차이나서던캐피털의 장홍허 상무는 "미국 증시 상장폐지를 결정한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 본토로 돌아간다"며 "미국에서보다는 중국에서 훨씬 더 투자자의 눈길을 끌 수 있고 자금조달도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대신 중국 증시에 남았던 경쟁사 주가는 현재 밍양풍력발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체면을 구기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중국 기업은 밍양풍력발전만이 아니다. 시장정보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업체 중 26곳이 올 들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들 기업의 상장폐지 규모는 310억달러(약 36조3,500억원)로 2009~2014년 6년간 미국 증시에서 상장 폐지한 중국 기업들의 액수를 합한 것보다 많다.



알리바바나 바이두처럼 전 세계 투자자의 이목을 끌고 있는 중국 기업과 달리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 기업은 '차이나'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주가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월가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가도 성장 전망이 밝고 재무상태가 좋은 중국 기업조차 단지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미국 증시 상장 30여개 중국 기업을 묶어놓은 '뱅크오브뉴욕멜론차이나ADR지수'는 올 들어 4.3%나 하락했다.

미국 증시에 이름을 올린 중국 기업들은 단기투기꾼이나 비판적인 기관투자가들의 사냥감이 되는 경우도 많다. 공매도 투자 전문기관인 무디워터스는 2010년 이후 최소 10여개 중국 기업을 공매도 대상으로 삼아 공격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상장폐지를 결정한 중국 기업은 대부분 고국으로 돌아가 재상장을 노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증시에서 상장 폐지한 중국 광고회사 포커스미디어가 최근 중국 선전증시에 상장된 전자기업 헤디홀딩스에 통합돼 우회 상장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포커스미디어는 지난 4년간 무디워터스의 공격적 비판을 받은 끝에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역시 지난해 상장폐지를 결정한 자이언트인터액티브그룹도 선전 증시의 총칭뉴센추리크루즈와 합병해 우회상장을 앞두고 있다. 올 8월 상장폐지한 차이나모바일게임엔터테인먼트그룹은 선전 증시의 저장센추리훠통과 통합돼 재상장될 예정이다. WSJ는 "중국으로 돌아가 재상장하려는 기업들은 주로 정보기술·미디어·통신 분야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지앤빙 가오 PwC차이나 정보통신미디어 부문 대표는 "미국 증시에서 상장폐지한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손쉬운 증시 입성 방법인 기존 상장업체와의 합병 같은 우회상장을 통해 재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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