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에도 공급과잉 지속…아무도 ‘눈 하나 안 깜박인다’
OPEC이 내년 석유생산량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공급과잉 우려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달 초 12개 OPEC 회원국은 하루 원유 생산량을 3,000만 배럴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는 이보다 150만 배럴가량을 더 생산하는 상황에서 생산량 동결 소식은 공급 과잉 우려를 부추겼다. 특히 산유국들의 균형 재정을 달성하기 위한 유가 수준이 현 수준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OPEC는 재정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점유율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경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내년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생산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바클레이스는 이란이 하루 50만~70만 배럴의 원유를 새로 공급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전 세계 원유시장의 과잉공급이 하루 200만 배럴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란의 공급 증가는 시장에 상당히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미국 역시 지난 4월 고점 대비 생산량이 소폭 줄기는 했지만 내년에도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유가 반등을 이끌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9월 기준으로 하루 930만 배럴을 기록, 전달보다 0.2%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는 정점을 찍었던 지난 4월 하루 960만 배럴보다 3%가량 낮아진 수준이지만, 5년 전과 비교하면 70% 증가한 수준이다.
◇ 공급과잉·수요둔화에 유가 하락 지속
올해 공급과잉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에 따른 달러 강세로 유가는 더욱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연초 씨티은행은 이미 올해 2월에 유가 30달러대를 경고한 바 있다. 씨티는 당시 보고서는 “석유 재고가 여전히 대규모여서 유가가 30달러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시장 수급 균형이 회복되려면 미국 (셰일 원유) 생산이 더 큰 폭으로 줄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가 30달러대로 떨어진 현재, 시장에서는 이미 유가 20달러대를 예상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율로지어 델 피노 석유장관은 지난달 유가가 내년에는 배럴당 20달러 중반대로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델 피노 장관은 OPEC에 가격 전쟁을 그만두고 시장을 안정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이같이 전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리의 에린 깁스는 OPEC이 생산량을 늦출 것이라는 신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이는 유가에 지속적으로 하락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유가가 3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시장 컨설팅업체인 캡록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크리스 자르비스는 “공급과잉에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에 따른 달러 강세로 유가가 단기적으로 WTI 기준으로 배럴당 32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내년 브렌트유는 평균 56달러, WTI는 평균 51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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