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정치지도자 같은 '신정일치' 추구
알카에다 내부 지부로 폭력성 강해 추방
후세인 軍병력 흡수, 무장능력 확 키워
SNS 등 활용 세계 사회불만 세력 포섭
유전지역 점령·유물 판매 등 자금 확보
재정 시스템 갖춰… 인력규모 빠르게 증가
"칼리프가 프랑스를 공격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연쇄테러가 벌어진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칼리프'는 이슬람 공동체의 최고통치자를 가리키는 말로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뒤를 잇는 사람을 의미한다.
파리 테러의 원흉으로 지목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기존 테러조직과 다른 점도 여기에 있다. 과거 알카에다를 포함한 이슬람 무장조직이 단순한 테러집단이었다면 IS는 스스로 이슬람 종교에 기반을 둔 '신성국가'라고 주장한다. 서방의 민주주의를 받아들인 다른 중동 국가가 타락했다며 종교와 정치지도자가 같은 신정일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 같은 IS의 논리가 막강한 자금력, SNS를 활용한 고도의 홍보전략과 맞물려 현실에 불만을 품은 전 세계 젊은이들을 끌어들인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는 현 IS의 최고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사실상 IS 자체를 의미한다고 중동 전문가인 노아 펠드먼 미국 뉴욕대 교수는 블룸버그 기고에서 밝혔다. 이에 따르면 IS의 약점도 결국 알바그다디다. IS 내에서 알바그다디가 차지하는 위상이 큰 만큼 그를 제거하면 조직이 순식간에 와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알바그다디 추적에 정보력을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승을 몰아낸 제자=IS는 테러의 모든 것을 알카에다로부터 배웠다. 지난해부터 본격 활동을 개시하기 전까지 IS는 알카에다의 소규모 이라크 지부로 알려졌다. 하지만 알카에다와 다른 테러조직들이 미국 등 서방과의 싸움에 몰두할 때 IS는 철저히 이라크 내부에서 세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IS의 세력확장이 이라크 내부의 다른 이슬람 종파에 대한 공격으로까지 이어지자 결국 알카에다는 2011년 IS를 조직에서 쫓아냈다. 하지만 이때 IS는 이라크전에서 패퇴한 사담 후세인 정권의 군 병력을 흡수하면서 알카에다를 넘어서는 군사전략과 무장능력을 갖춘 테러단체로 거듭난 상태였다. 이후 IS는 오사마 빈라덴의 죽음으로 리더십을 잃은 알카에다보다 더 강력한 조직으로 변했다.
IS는 인터넷과 미디어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알카에다보다 영리한 테러단체다. 인터넷에 동영상과 웹진을 배포하고 세계 곳곳의 사회불만 세력을 찾고 이들을 일대일로 포섭한다. 포섭당한 젊은이들이 "IS 전사가 되겠다"며 시리아로 향하는 기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다. 6월 튀니지 해변에서 소총을 난사해 영국인 15명 등 40여명을 숨지게 한 테러범도 SNS를 통해 IS의 사주를 받은 '외로운 늑대'로 알려졌다. IS가 미국 본토에서 벌인 첫 테러라고 주장하는 5월 미국 텍사스주 '무함마드 풍자만화전 테러'도 IS의 사주에 따른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IS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세계, 즉 이슬람 바깥을 향해 총구를 겨눴던 알카에다와 달리 수니파인 자신들과 종파가 다르면 무차별 공격한다는 점에서 더 폭력적인 테러조직이기도 하다. 12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IS 소속 테러리스트들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자폭테러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외신들은 이 테러가 수니파인 IS가 같은 이슬람 무장정파지만 시아파로 알려진 헤즈볼라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상 최고로 부유한 테러단체=IS는 건설업계 갑부의 아들로 태어난 오사마 빈라덴의 개인 자산을 테러에 사용한 알카에다와 달리 특정인의 부에 의존하지 않고 재정적으로 자립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와 시리아 유전지역을 점령한 IS의 자금력이 알카에다 등 이전의 다른 테러조직들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고 평가한다. 그뿐 아니라 IS는 점령지역에서 약탈·납치·인신매매 등 각종 범죄를 자행함으로써 활동비를 마련해왔다. 이들이 수천 년의 역사가 담긴 중동 지역 유물을 도굴, 판매해 벌어들인 자금도 막대하다.
이러한 자금력을 기초로 IS의 인력 규모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IS 대원은 당초 1만5,000명 수준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말 미국 상원 정보위원장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은 이들이 3만∼5만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IS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빈곤에 좌절한 젊은이들에게 월급과 자택·아내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테러리스트 대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유럽 등 그 외 지역에서는 SNS를 통해 조직의 잔혹성과 영향력 등을 과시하며 청년들을 현혹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를 저지른 것은 IS가 알카에다를 넘어선 이슬람 최대 테러조직으로서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동안 시리아와 이라크 등에서 거점 구축에 주력했던 IS가 전 세계를 상대로 직접 공격에 나섰다"며 "스스로 미국 등 서방세계와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파리 소재 국방안보 싱크탱크인 FRS의 카밀리에 그랑드 국장은 "서방이 대규모 지상군을 파견할 경우 중동에서 밀릴 것에 대비해 IS가 새로운 작전을 시도한 것"이라며 "접근이 용이한 유럽에서부터 테러를 시작해 세계의 이목을 끌어모아 추종자들을 더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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