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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재해보험금 지급 의무 없다"

자살보험금 소송 2심… 1심 판결 뒤집고 보험사 손 들어줘

자살한 보험자에 일반 사망보험금 외에 '재해사망보험금'까지 지급해야 하느냐를 놓고 보험사와 가입자 간 수백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보험사의 손을 들어준 2심 판결이 나왔다. 그간 1심 소송들에선 가입자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 잇따랐던 상황에서 나온 '반전'의 결과라서 이번 판결이 향후 유사 소송들에 어떤 영향을 줄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부(오성우 부장판사)는 보험가입자 박모씨(사망)의 유족이 교보생명보험을 상대로 "특약에 따른 재해보험금 6,000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1일 밝혔다. 1심은 보험사 패소로 판결했으나 2심은 이를 뒤집고 "재해보험금을 지급할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씨는 2004년 8월 교보생명의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사망 시 일반 사망보험금에 더해 5,000만원의 재해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특약도 들었다. 재해보험금은 특별약관에서 정한 사고로 사망할 때 추가로 지급하는 보험금이다.

박씨가 2012년 스스로 목숨을 끊자 보험사는 자살은 특약에서 정한 사고사가 아니라며 일반보험금 6,000만원만 지급했다. 그런데 이 보험 특약엔 '자살은 보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보험개시일로부터 2년 뒤 자살한 경우는 그렇지 않다(보험 대상이 된다)'는 규정이 있었다. 유족은 이 규정을 근거로 재해보험금까지 달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지난해 12월 "특약에 '2년 후 자살'의 보험금 지급 규정이 있는 이상 이를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특약은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는 사망에만 보험금을 추가 지급하기로 한 것이고 고객들도 이 취지를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며 "보험사가 특약에 '2년 후 자살' 규정을 넣은 것은 단순한 '잘못된 표기'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밝혔다. 이는 그간 보험사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이런 사안에서 자살에 재해보험금까지 지급할 경우 다른 보험 가입자의 이익을 해치고 보험사에 무리한 부담을 지우게 되므로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2년 후 자살'에 재해보험금을 지급하는 약관은 2010년 4월 이전 대부분의 생명보험사가 판매한 상품에 포함돼 있다. 보험사들은 이는 표기상 실수였다며 약관을 수정하고 재해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금감원이 "재해보험금 미지급은 잘못"이라며 보험사에 과징금을 물리면서 자살보험금 논란이 불거졌다.

지금까지 진행된 1심 재판에선 가입자 유족이 승소하는 판결이 잇따랐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이 모두 패소했다. 하지만 이번에 항소심 재판부가 이런 추세에 반해 보험사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자살보험금 소송의 승패 향방도 오리무중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와야 자살보험금 논란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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