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이 같은 박 대통령의 ‘5인 회담’ 제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으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등 3인만 만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까지 논의해야만 회담할 수 있다고 역제안했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박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회를 찾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문재인 새정연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를 연쇄 접촉하고 박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회담이 성사될 경우 22일이 회담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현 수석이 말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5인 회동을 전격 제안한 표면적인 이유는 방미 성과를 설명함과 동시에 표류하고 있는 개혁 및 민생법안 처리를 당부하기 위해서다. 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 노동개혁, 2년 8개월째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경제활성화법안, 예산안 처리 등에 대한 여야의 협조를 적극 당부하고 싶다고 현 수석을 통해 전해왔다”면서 “박 대통령은 그 밖의 여러 사안도 공동 토론하자고 제안해 왔다”고 밝혔다.
새정연은 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회동 제안에 어떤 ‘깊은 뜻’이 담겼나를 파악하느라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청와대가 불을 붙인 국사교과서 국정화 드라이브로 정국이 꽁꽁 얼어붙어 있는 시기에 박 대통령이 갑작스레 회담을 제안한 데는 ‘진짜 이유’가 있다는 데 새정연 측 판단이다.
새정연의 한 관계자는 “이 시기에 야당 대표가 박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역사교과서 얘기를 빼고 민생과 개혁만 얘기한다는 게 과연 상식적으로 가능하겠는가”라면서 “처음부터 응할 수 없는 회담을 제안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야당은 (청와대 제안을 거부한다면)자칫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무시하고 민생과 개혁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면서 “박 대통령의 회담 제안은 그 자체로 강력한 야당 압박 카드”라고 해석했다.
박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까지 함께 만나자고 제안한 것도 그 이유에 궁금증이 모인다. 정치권은 김 대표에 대한 박 대통령의 불신이 바탕이 된 게 아니겠냐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와 문 대표는 지난 추석 연휴 부산에서 100% 여론조사 방식인 안심번호제 국민공천안에 전격 합의한 바 있다. 청와대는 합의 직후 이 방식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김성수 새정연 대변인은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1대1 영수회담 형태로 만나야 한다는 일부 최고위원들의 의견도 있었다”면서 “5인 회담에는 응하지 않을 예정이며 문 대표의 역제안에 청와대가 빠른 시간 내에 답을 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맹준호·박형윤·전경석기자 nex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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