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사시존폐론이 다시 불거진 것은 법무부가 브리핑에서 사법시험을 4년 더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내놓으면서 부터입니다. 지난 3일 브리핑에서 김주현 법무부 차관은 “현행법에 따르면 사법시험은 2017년 12월31일 폐지돼야 하지만 국민의 80% 이상이 로스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사법시험을 2021년까지 더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법사위에는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6개의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법사위와 협의해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사법시험 2021년까지 4년 더 연장, 서울경제 2015/12/4
정부의 주장은 국민의 85%가 사시 존치를 찬성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2009년 로스쿨 출범 이후에도 이어졌던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정부가 논란만 연장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사법시험 4년 더 연장] “사시 존치 찬성” 85%에… 해결책 대신 갈등·논란도 연장한 꼴, 서울경제 2015/12/4
그렇다면 로스쿨 출범 이후 불거졌던 문제점들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2010년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두고 사시파와 로스쿨파가 대립합니다. 로스쿨 제도 도입 후 1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이때까지도 합격자 비율이나 합격자 수를 어떻게 정할지 전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된 겁니다. 여기서 합격률은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 응시자 수 대비 합격률을 의미합니다. 당시 법조계는 신규 변호사 자질 미검증 등을 이유로 입학정원 대비 50%만 합격하도록 하고 점진적으로 7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로스쿨 학생들은 ‘자격시험’이라더니 또다시 ‘고시 낭인’을 양산하려 하느냐며 응시인원의 최소 80%를 주장했습니다. 결국 합격률은 75%로 절충됐습니다.
▶로스쿨 3000명 자퇴서 시위… ‘변호사시험 합격률’ 충돌, 동아일보, 2010/12/7▶로스쿨 나오면 변호사는 따논 당상, 서울경제, 2011/11/14
로스쿨 졸업생을 검사로 임용하는 문제를 두고서도 양측은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2011년 로스쿨 1기 졸업을 앞두고 법무부 발표한 ‘사전선발’ 방식의 검사 임용 방안에 따르면 로스쿨 원장이 추천한 학생은 졸업 전 한 학기 실무교육을 거쳐 일부 검사로 임용됩니다. 이에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과 함께 사법연수원 41·42기생이 로스쿨 검사 임용 자체에 반대하는 등 집단 반발했습니다. 이후 법무부는 상위 10% 성적우수자를 검사로 임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는 4단계 평가 과정과 1년 별도 교육 과정을 거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법연수생들 이번엔 집단 성명서, 서울경제, 2011/3/4▶검사 임용 로스쿨생, 원장추천→상위10%, 서울경제, 2011/3/21▶로스쿨생, 변호사 성적 반영 않고 역량 평가·1년 교육 후 검사 임용, 서울경제, 2011/9/21
‘돈 스쿨’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로스쿨파가 사시파를 비판할 때 주로 쓰는 말이 ‘사시낭인’이라면 사시파에겐 ‘돈 스쿨’이 있습니다. 로스쿨 제도가 각계각층 전문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취지와 달리 높은 학비를 낼 수 있는 학생들만 입학하면서 ‘돈 스쿨’이라는 악명을 얻고 있다는 건데요. 높은 변호사시험 합격률 또한 로스쿨 제도가 ‘현대판 음서제’로 여겨지는 이유로 꼽힙니다. 돈만 내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지금의 제도를 보완해 경제적 약자를 위한 법조계 진출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끊임 없이 나오는데요. 그러면서 ‘사시 존치’, ‘변호사 예비시험제도 도입’ 등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가 시행된 지 불과 10년이 되지 않았고 아직 제도 자체를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한 비싼 로스쿨 등록금 문제는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평가가 이르다는 의견과 장학금·학자금대출 제도 등을 보완해 해결할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옵니다.
▶[이슈 인사이드] “각계각층 전문법조인 양성 취지 어긋나… 사법시험 존속해야”, 서울경제, 2012/11/12▶[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변호사 예비시험제도 도입, 서울경제, 2013/4/11
사시 폐지를 5년 앞둔 시점부터는 갈등이 좀더 심화됩니다. 2013년 사법연수원 43·44기가 로스쿨 출신과 사법고시 출신을 다르게 대우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같은 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사법고시 존치 입법청원을 제기했죠. 사시-로스쿨 논쟁 제2라운드가 시작된 겁니다.
▶“로스쿨출신 검사가 웬 말” 연수원생 집단 반발, 경향신문, 2013/5/23▶변협, 사시 존치 입법청원… 법조계 시끌, 한국일보, 2013/11/20▶로스쿨 ‘돈스쿨’ 논란에 사법시험 존폐론 가열, 한겨레, 2015/6/24
로스쿨생들의 즉각적인 반발에 법무부는 “최종 의견은 다른 기관 및 단체와 열린 상태에서 논의하고 검토한 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결정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다시 시작된 논쟁을 제대로 매듭짓지 않는다면 사시가 폐지될 때까지 이 같은 갈등은 반복될 것이고 법조인을 꿈꾸는 이들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계속해서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은영기자·차오름인턴기자 supia927@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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