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를 제기하며 '포털 전쟁'을 촉발했던 새누리당이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전선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네이버·다음카카오와 공동으로 '포털의 미래를 논하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개최된 긴급토론회에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측이 불참했던 것에 비하면 두 회사가 공동주최 형식으로 참여할 정도로 관계 개선이 이뤄졌다는 평이다. 지난 토론회에서 포털을 겨냥해 '악마의 편집'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난하는 등 날 선 모습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날 주제는 '포털의 미래'라는 표현으로 완화된 모습이었다. 토론회 주제 또한 포털의 기사 유통 기능뿐 아니라 전반적인 산업적 측면으로 확대됐다.
이날 축사에 나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또한 한층 너그러워진 모습이었다. 김 대표는 토론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포털의 편향적 뉴스 편집 문제가) 개선돼가고 있기 때문에 과격한 정도로는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포털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잘못된 것은 없는지 같이 고민해야 할 시기가 오지 않았냐"면서도 "제가 강하게 문제 제기한 후 포털이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바뀌어 가고 있다"고 긍정적 신호를 보였다. 축사에서도 정치적 중립 요구보다 "선정적 사진을 싣지 말기를 바란다"는 당부에 더 힘을 실었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변화는 여론전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포털 전쟁'에서 당이 한 발짝 물러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새누리당은 여의도연구원을 통한 자체 분석 결과에 따라 포털의 기사 편향 문제를 제기했지만 우호 여론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분석 결과 자체에 허점이 많은 데다 '총선을 앞둔 포털 길들이기'라는 평가가 우세하면서 공세를 지속할 동력을 얻지 못했다. '포털 전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포털과 관계가 악화될 경우 오히려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동시에 나오면서 출구전략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문제를 더 이상 제기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상임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견제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다만 당 차원에서의 공세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부=진동영기자 jin@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