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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알리바바 등 中 IT기업 돌풍 속 우리 벤처 인력 대기업 유출 심각



"'열려라 참깨' '닫혀라 들깨'." 초등학생 때 페르시아 구전 동화인 아라비안나이트(千一夜話)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 보물 동굴을 여닫을 때 쓰던 주문을 외치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우여곡절 끝에 도둑을 모두 죽이고 보물을 차지한 알리바바를 본떠 만든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요즘 화제다. 지난 11일 하루 동안 진행된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에서 16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기 때문이다.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미국 추수감사절 다음 날 빅세일)를 보는 듯 하루 만에 우리 연간 전자상거래액의 4분의1 이상을 기록했다. 50%나 대폭 할인한 덕도 크지만 20~30대 엄지족을 타깃으로 한 기획력과 스타 마케팅, 10초도 안 돼 결제 가능한 '알리페이' 등이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냈다. 중국은 물론 180여개국에서 직구 주문이 들어왔고 앞으로 미국 뉴욕이나 프랑스 파리 등으로 광군제를 넓혀간다니 볼만할 것이다.

하지만 알리바바 특수에 우리 기업들은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에 하나도 끼지 못했다. 알리바바의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도 의류나 주방용품 등 일부 발을 걸치기는 했지만 삼성전자의 갤럭시폰조차 현지 샤오미 등에 밀려 존재감이 미미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최근 중국이 스마트폰·소프트웨어·통신장비, 반도체·디스플레이, 자동차, 드론, 우주항공, 로봇, 가전, 조선, 철강, 화학, 콘텐츠, 게임 등에서 급속하게 떠오르는 것이 과연 우리 기업과 상생으로 이어질지 회의가 드는 대목이다.

한중 합작 등 탄력적으로 대처해 실리를 취할 수도 있지만 국내외 시장에서 우리 기업을 대체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알리바바가 뉴욕에 상장하고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화웨이가 글로벌 위상을 높여나가고 샤오미폰이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레노버가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하는 등 중국의 IT 굴기(堀起·우뚝 섬)가 놀라울 정도다.

2~3년 전 미국 펜스테이트(PennState) 공대에서 1년간 리서치 스칼라(Research scholar)를 할 때 학·석·박사를 통틀어 펜스테이트에 한국 학생은 500여명인 데 비해 중국 학생은 무려 3,000여명이나 됐다. 아이비리그 대학을 방문하면 어김없이 중국 중고교생들의 단체견학 행렬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이 연어처럼 중국으로 돌아가 정부와 기업·학교·연구소에서 핵심인재가 되고 창업을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물론 중국 젊은이들도 우리처럼 공기업이나 금융권·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하루 1만개씩 창업이 이뤄진다고 하니 도전정신이 차고 넘칠 정도다.



우리 정부도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고 '창조경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사회공헌 차원에서 접근하는 대기업에다가 200개가 겨우 넘는 입주사를 보면 과연 얼마나 경제활력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결국 정치·경제·사회 등 확고한 리더십과 창의력 배양, 활발한 패자부활, 과학기술 중시, 퍼스트 무버(선도자) 전략 등 사회 풍토가 탈바꿈하지 않고는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힘들다. 대기업의 인력 싹쓸이를 막기 위해 우선 벤처기업 연구원만이라도 인력 스카우트시 프로야구처럼 해당 기업에 이적료를 내도록 해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줄줄 새는 연구개발(R&D) 정책자금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것도 시급하다. 개성공단에 기숙사는 물론 합동 R&D(연구개발)센터를 만들어 남북경색을 풀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화성탐사 시대에 시대착오적인 이념갈등에 휩싸여 있고 소모적 남북갈등을 지속하는 것은 난센스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최근 "시장을 선도하려면 낙관능력이 중요하다. 나쁘지 않은 상황이 있다면 그게 바로 나쁜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고광본 정보산업부장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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