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고속철도 시장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이 세계 고속철도 시장에서 대규모 공사를 잇따라 수주하는 가운데 일본도 적극적인 반격에 나서는 분위기다. 최근 인도네시아와 미국의 고속철 수주계약을 중국에 빼앗긴 일본은 양국이 경쟁을 벌여온 인도의 첫 고속철 건설 수주를 따낼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는 11~13일 인도를 방문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일본 고속철인 신칸센의 인도 건설에 합의할 예정이라고 8일 보도했다. 일본이 이번에 건설하게 될 고속철 구간은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뭄바이와 구자라트주 아마다바드를 잇는 505㎞ 구간으로 지금은 8시간이 걸리지만 시속 320㎞의 신칸센이 건설되면 2시간으로 크게 단축된다. 인도 고속철은 2017년 착공해 2023년 완공될 예정이며 인도 정부는 이번 노선을 시작으로 7개 노선에서 고속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다.
총건설비용은 1조8,000억엔(약 17조2,200억원)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의 절반이 넘는 1조엔을 일본이 인도에 차관 형태로 제공한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지난 2013년까지 엔 차관 누계액은 인도네시아가 4조7,220억엔으로 1위, 인도는 4조4,564억엔으로 2위를 차지했으나 신칸센 건설이 결정되면 인도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받는 국가가 된다. 인도 일간 이코노믹타임스는 "양국이 차관을 연 0.5% 이자로 50년에 걸쳐 상환하도록 하는 조건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일본이 통상 해외에 제공하는 차관 조건(1.5% 이율, 25년간 상환)에 비하면 매우 매력적"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신칸센 수출뿐 아니라 철도 등 인프라 건설과 운행 시스템 같은 기술을 모두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신칸센을 도입한 사례는 대만이 유일하다. 일본이 1964년부터 신칸센을 운영하면서 세계 고속철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데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일본은 9월 사활을 걸었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간 150㎞ 고속철도 수주전에서도 중국에 고배를 마셨다.
중국은 고속철 후발주자지만 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고 세계 각국이 진행하는 고속철도 프로젝트 수주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서 중국은 미국 라스베이거스~로스앤젤레스 370㎞ 구간 고속철도 사업과 태국 농카이~방콕~라용 867㎞ 구간의 철도 복선화 사업을 따냈다. 지난달에는 중국 철도기업과 인도 현지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뉴델리~뭄바이 간 1,200㎞ 고속철 건설 타당성 연구용역 낙찰자로 선정됐으며 영국 런던과 버밍엄을 잇는 고속철 건설사업 수주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일본이 인도 고속철 건설 계약을 따내면서 아베의 '신칸센 세일즈'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은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철도 등 인프라 수출을 내걸고 동남아시아와 미국으로의 신칸센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고속철도 분야는 수주 규모도 크지만 건설 뒤에도 유지·관리 등에서 계속 수익을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 철도보다 부품이나 시스템 등 고부가가치 기술이 필요한 산업이라 각국의 수주경쟁이 뜨겁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그동안 일본의 철도 관련 해외사업도 히타치제작소·미쓰비시중공업 등의 업체를 중심으로 한 차량 수출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전기설비나 자동제어장치 등을 일체화한 '패키지형'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철도시장은 현재 16조엔에서 2020년 22조엔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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