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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가 아닌 국민들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모아야
겉으로 보이는 외양만이 전통 아냐·… 정신적 계승 중요
지금이 절호의 기회… 사업 통해 장점 개발·단점 보완
우리가 우리 것 알아야 외국도 인정… 교육·학습 필요
박근혜 정부는 국정 기조인 문화융성의 일환으로 올해 초부터 국가브랜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정권의 하향식이 아닌 국민의 자발성에 의지하는 상향식, 또는 국민 참여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공동창조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5회에 걸친 '대한민국 브랜드는 있는가' 기획을 정리하는 전문가 대담을 가졌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가브랜드 사업이 한국인 스스로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현대 첨단기술을 조화시키는 '한국다움'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해외에서 인식하는 대한민국의 이미지도 높아질 것이라는 논리다. 우리 전통과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에 대한 더 많은 학습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우리가 우리 것을 알아야지 외국에서도 우리를 인정할 것이다. 국가브랜드 슬로건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과정에서 나올 것으로 봤다.
이번 대담에는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 변혁 성균관대 예술대학 교수, 원용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이사장, 피터 바돌로뮤 IRC 부사장(문화융성위원회 위원) 등 5인이 참석했다.
△사회=과거 정부도 국가브랜드를 만들려 했지만 흐지부지됐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만들자는 목소리가 큽니다.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국가브랜드는 그 시대 국민이 국가에 대해 갖는 생각의 총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은 정부 주도가 아니라 국민들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분출되고 이것이 모이는 과정이 돼야 합니다. 영국의 국가브랜드 슬로건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이나 캐나다의 '노 캐나다(Know Canada)' 같은 국민들이 놀 수 있는 놀이의 장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레이트 브리튼의 성공비결은 국민의 마음에 내재한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끌어냈다는 데 있습니다.
△원용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국가브랜드 사업을 위한 캠페인 과정 자체가 우리 스스로 자존감과 자긍심을 만드는 과정이 돼야 합니다. 표면적으로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우리 스스로 과거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어떤 가치를 지향할지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입니다. 기본적으로는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부각된 여러 문제, 즉 차이와 차별·갈등·계층 문제 등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로 삼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배려와 나눔·봉사 등 우리가 간과한 개념들을 과거 전통과 우리의 정체성에서 살펴보자는 것입니다.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이사장=지금이 절묘한 타이밍이지 않을까 합니다. 정권 차원을 떠나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비중이 커지는 이 시점에 국가브랜드 사업을 통해 우리의 장점은 개발하고 단점은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국가브랜드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는데요. 문제는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입니다.
△원 실장=과거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시작해 이명박 정부 때도 조직이 설치돼 진행돼온 국가브랜드 사업이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슬로건을 정해 그것을 알리는 식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접근입니다. 우리 스스로가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어떤 것들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끄집어낼 때, 또는 우리 스스로 자긍심과 자존감을 느낄 때 다른 나라 사람들도 우리나라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이것이 국가 이미지로 연결되지 않을까 합니다.
△김 대표=국가브랜드와 이미지는 당연히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화합니다. 현재 진행되는 캠페인에서는 '당신이 생각하는 한국다움은 무엇인가'라는 이미지·영상·글을 받아서 유의미한 것을 찾고 있습니다.
△최 이사장=국가브랜드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은근과 끈기·슬로템포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시간을 갖고 합의점을 만들어가고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자연스럽게 표출돼야 할 것입니다.
△사회=국가브랜드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통문화의 계승이 어떤 식으로 반영돼야 할까요.
△최 이사장=한국다움의 기저에는 전통문화가 있습니다. 최근 중국 영화 관계자들과 국립국악원에 갔는데 젊은 예술인들이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데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국가브랜드는 일관성과 뿌리가 있으면서도 미래지향성과 접목해야 합니다. 첨단과 전통이 어우러진 게 한국입니다.
△피터 바돌로뮤 IRC 부사장=최근 경제개발 과정에서 전통문화가 많이 없어졌습니다. 지금도 이런 상황은 계속되고 있고요. 제가 사는 한옥(40년째 거주해온 서울 성북구 한옥)마을이 재개발될 뻔했습니다. 드라마 같은 대중문화 속에 등장하는 전통문화는 정교함이 많이 떨어집니다. 과거에 대해 무지하면서 자꾸 지금의 기준에 맞춰 획일적으로 바꾸려 하기 때문입니다. 한옥 건물을 리모델링한다면서 결국 훼손만 시킬 뿐입니다.
△사회=국가브랜드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정체성을 알리는 측면도 있습니다.
△바돌로뮤 부사장=정보기술(IT)이라든지 한국의 첨단제품에 익숙한 제 (외국인) 친구들도 한국 전통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정작 한국 사람들은 전통문화나 역사에 대해 무지합니다. 독일이나 프랑스·이탈리아 등에 가보면 음악·음식·건축·미술 등 자신의 수백년 역사를 줄줄 꿰고 있습니다. 그들은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최 이사장=그동안은 입시와 취업을 위한 공부가 교육의 전부라고 인식된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 것을 모르면서 남이 우리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잘못입니다. 문화적 의미에 중점을 둔 더 깊은 교육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우리 것을 알아야 외국에서도 우리를 알아주지 않겠습니까.
△변혁 성균관대 예술대학 교수=문화 콘텐츠 등 모든 것은 누구를 대상으로 할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국 사람에게 자긍심을 주는 작품과 외국인에게 어필하는 작품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삶 전체가 대상이 되는데 외국인들은 외신을 통해 소개된 이미지에만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최 이사장=매년 주요 해외 문화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문화소통포럼(CCF)을 하면서 설문조사를 하는데 시대에 따라 달랐습니다. 과거에는 분단국가 등이 주로 나왔고 지난해에는 IT 강국이 압도적 1위였습니다. 올해는 무박 3일 남북협상 대답도 많이 나왔습니다. 반면 한국인이 생각하기에 외국인에게 가장 한국을 널리 알린 것은 카카오톡이라고 합니다.
△사회='우리가 우리를 알아야 다른 사람들도 우리를 알아준다'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김 대표=한국 사람은 재능 많고 열정적인데 요즘 사회가 너무 부정적인 것만 부각하고 냉소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좋은 소식을 나누면 질투로, 슬픈 소식을 나누면 소문으로 돌아온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좋은 점을 강화해야 합니다. 자존회복 프로젝트가 필요합니다.
△변 교수=너무 한 방향으로만 대응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젊은 세대가 한옥을 모른다고 할 때 사실 더 모르는 것은 근대 역사며, 왜 그렇게 됐는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인한 단절이 있었고 이후 잘살아보자는 각오로 매진했습니다. 찬란한 전통계승보다는 끔찍한 과거청산의 의식이 더 강했습니다. 아파트촌, 번쩍이는 네온사인 등 잡다한 코스모폴리탄적인 모습도 우리의 정체성임을 인정합시다.
전통이라는 것은 내용과 형식, 외양과 정신으로 나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양만 전통이라고 고집해서는 안 됩니다. 한옥이 전통이라고 할 때 건물 자체가 아니라 최신의, 모던한 것을 지은 당시의 창조적 의식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대 한국은 외양적 전통은 계승하지 못했지만 정신적 계승은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외양보다는 정신에 대해 더 이야기해야 합니다.
△김 대표=한국은 창의성 있는 민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반도체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의 바탕에는 창의적 사고가 있습니다. 이에 기반을 둔 용기와 확신, 이를 구현하는 속도감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원 실장=과거로부터 우리 의식에 있던 창의성이라는 가치를 스스로 재발견해나가는 과정이 국가브랜드 캠페인입니다.
△사회=남북분단은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북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최 이사장=외국인들이 꼽은 '한국'의 가장 유명한 인물은 김정일이었고 지금은 김정은입니다. (모두 웃음) 분단상황은 당분간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외국인들에게 한국인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정적인 역사에도 솔직해야 합니다.
◇바돌로뮤 부사장=한류와 삼성ㆍLG 덕분에 세계 속 한국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됐습니다. "(K팝 '강남 스타일'에 등장하는) 강남이 어디냐"는 관심으로 찾아오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전통과 한류라는 플랫폼을 통해 한국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회=최수문 문화레저부 차장 chsm@sed.co.kr
/정리=조상인기자 ccsi@sed.co.kr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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