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부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co.kr
최근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매각과 관련하여 서울시를 취재하다 보면 IFC 먹튀 논란은 예고된 재앙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울시 공무원들의 금융 시장에 대한 이해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책임감 있는 태도와 신뢰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AIG그룹은 내년 1월 1일 IFC 매각이 가능한 시점에 맞춰 매각주관사 선정을 시작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부동산 회사들도 매각주관사를 따내기 위해 서울과 뉴욕을 바쁘게 오갔다. 지난 9월부터는 국내 언론과 외신을 통해 미국계 투자은행 웰스파고 계열의 자회사가 매각주관사로 선정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AIG그룹의 홍보대행사가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내용이기도 하다. 국내외 대형 기관투자자들도 이 같은 움직임을 주시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땅 주인이자 AIG에 과도한 혜택을 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서울시의 대응은 한가하기 짝이 없다. 지난달 말 서울시 투자유치과 담당 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매각주관사를 정했는지도 확실하지 않고 매각주관사를 정했어도 매각을 시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매각 사실을 부인했다. 이는 시장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시각이다. 서울시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서 어떻게 확인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AIG그룹의 홍보를 맡고 있는 이들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파악했으리라고 보기는 힘들다. 서울시에서 그나마 시장과 가장 가까운 투자유치과라면 이 정도 사안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능력 정도는 갖춰야 한다. 일부러 외면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도 실망스럽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IFC 특혜 논란과 관련해 대체로 자기가 없을 때 일어난 일이라 정확하게는 모르고 자기는 책임이 없다는 반응이다. 당시 담당자를 찾아볼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기자가 이 부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자 그때서야 당시 담당자를 찾아서 상황을 파악해 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런 식이라면 지금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시민들이 어떻게 신뢰를 가질 수 있겠는가. 몇 년 뒤에 서울시장이 바뀌고, 담당자들도 모두 자리를 옮기면 새로 온 이들이 또 ‘모르쇠’로 일관할 텐데 말이다. 서울시 담당자들의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어쩌면 지금도 또 다른 미래의 재앙을 잉태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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