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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 분위기를 영어로 표현하자면 한마디로 '케미스트리(궁합)가 맞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31일 청와대 집현실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참석한 청와대 참모의 촌평이다. 경제 분야 성과가 풍부했고 북한 핵 해법에 대해서도 양국이 이견 없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회담장은 웃음꽃이 가득했다. 당초 회담은 1시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는 예정된 시간을 50분이나 훌쩍 넘기면서 격의 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한국산 삼계탕과 김치를 놓고 환담이 오갔다. 리 총리는 "지난 한중 정상회담 직후부터 쌀과 삼계탕 검역조건에 대한 여러 가지 협의가 있었고 이번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운을 뗐다. 리 총리는 중국이 올해 초 한국산 김치에 적용했던 까다로운 위생 기준을 개정했지만 중국 내 고시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향후 절차를 진행해 한국산 김치 수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쌀과 삼계탕·김치까지 수출할 수 있게 돼서 한국 농민들이 기뻐할 것"이라며 "쌀·삼계탕·김치와 같은 맛있는 농산물이 늦게 중국 식탁에 오른 데 대해 중국 소비자들이 원망을 하게 될 것"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리 총리가 살짝 미소를 보이며 "맛있는 한국 음식들이 박 대통령 노력의 결과로 중국 식탁에 오르게 됐다"며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리 총리에게 "전날(10월30일) 밤에 중국 지방에서 막 베이징으로 돌아와 오늘(10월31일) 아침에 다시 한국에 오셨는데 피곤하지 않으신지요"라며 안부를 물었다. 리 총리는 "이웃집에 마실 가서 수다를 떠는 것처럼 편하다. 매우 유쾌하다"며 친밀감을 나타냈다.
리 총리는 "전날 중국을 방문한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내게 박 대통령에게 안부를 전해줄 것을 청했다"고 말했다. 두 총리는 전날 허베이에서 만찬을 마친 뒤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눴는데 메르켈 총리가 리 총리에게 영어로 "내일 한국을 방문한다고 들었다. 박 대통령에게 안부를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리 총리는 박 대통령에게 미래지향적인 한중 협력관계를 설명하면서 "한중이 '백척간두 갱진일보(百尺竿頭 更進一步)'의 정신으로 서로 돕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 성취한 탁월한 경지에 만족하지 말고 더욱더 노력해나가자는 의미다./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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