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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5월의 한일 정상회담 이후 3년 반 가까운 공백 끝에 이뤄진 한일 정상의 만남은 100분에 그쳤다. 회담에 앞서 청와대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양국의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한 것과 달리 '가깝고도 먼' 한일 간 현안을 풀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지난달 31일의 한중 정상회담과는 확연히 다른 어색한 분위기가 드러났다.
2일 정상회담은 오전10시5분부터 11시45분까지 단독회담, 확대정상회담 순서로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회담장인 청와대 본관 정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밝은 표정으로 맞이했다. 아베 총리는 본관에 들어선 후 박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에 '내각 총리대신 아베'라고 서명했다.
두 정상과 외교안보 분야 핵심참모들만 배석한 채 비공개로 진행된 단독회담은 예정시간 30분을 훌쩍 넘긴 1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동안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은 원인이자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의제로 꼽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교안보 및 경제 분야 정부 당국자들이 배석하고 모두발언이 공개된 확대정상회담은 단독회담 종료 직후인 11시7분부터 시작됐다. 밝은 표정으로 회담장에 들어선 두 정상은 차분한 어조로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 개선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 방법으로 박 대통령은 '아픈 역사의 치유'를 강조한 반면 아베 총리는 '미래지향적인 일한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내세웠다.
예상대로 정상회담 종료 후 두 정상의 오찬과 공동기자회견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외교안보수석·경제수석을 통해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서울 롯데호텔을 찾아 일본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현안에 관해 일본이 말할 것, 주장할 점을 말했고 한국 측의 조기 대응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합의나 공감 대신 '내가 해야 할 말은 했다'는 뉘앙스였다. /박경훈기자 socoo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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